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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살해 뒤 극단 선택 美50대…"챗GPT 탓" 오픈AI 또 피소

중앙일보

2025.12.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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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피소.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이용자의 망상을 부추겨 사망 사건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또 소송 대상이 됐다. 특히 이번 소송은 챗GPT가 개인의 극단적 선택뿐 아니라 살인까지 유도했다고 주장하는 첫 사례다.

미국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거주하던 스타인-에릭 솔버그(56)와 노모인 수잰 애덤스(83)의 유족들은 오픈AI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AP 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솔버그는 지난 8월 어머니인 애덤스를 교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소장에서 솔버그가 사건 이전 수개월 동안 챗GPT와 대화하며 심각한 망상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챗GPT는 신성한 목적을 위해 선택받았다고 솔버그를 부추겼다"며 "또 그를 돌보던 어머니를 적, 감시자, 프로그램된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소장에는 챗GPT는 솔버그와의 대화에서 어머니의 프린터에서 불빛이 깜박이는 것은 감시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어머니와 친구가 차량 환풍구를 통해 환각 물질을 유입시켜 중독시키려 한다는 망상에 동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솔버그가 사용한 챗GPT 모델 'GPT-4o'는 사용자에 맞춰 아부하거나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픈AI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후속 모델인 'GPT-5'에서는 정신 건강 관련 대화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답변'을 39% 줄였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오픈AI가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이 모델을 출시해 존속살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소장에서 올트먼 CEO가 안전팀의 반대를 무시하고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고 지적하고, MS도 안전성 검사가 축소된 것을 알면서도 해당 버전의 출시를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오픈AI 대변인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며 "세부 사항 파악을 위해 소송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챗GPT는 정신적·정서적 고통의 징후를 감지하고 대화를 진정시키며 현실 세계의 도움을 받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AI가 정신 건강 관련 문제로 소송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16세 소년 애덤 레인의 유족은 챗GPT가 아들의 극단적 선택을 도왔다며 지난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망자 4명을 포함한 피해자 7명이 망상 등을 겪었다고 소송을 냈다.



김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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