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탈퇴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11일(현지시간) 본회의 표결을 거쳐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비준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 측근인 호르헤 로드리게스(60)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별도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장일치로 로마 규정 비준 관련 법률 폐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서명을 거쳐 ICC에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ICC는 집단살해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 중대한 국제형사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 재판소다. 2002년 7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발효에 따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됐다.
이번 결정은 마두로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ICC는 지난 2017년 베네수엘라의 반(反)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인권 탄압 여부에 대해 2018년부터 수사를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부터 집권 중이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국회 무력화 시도와 야권 인사 체포 등으로 불붙은 당시 시위에서는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 명이 연행됐다.
ICC는 2023년에 카라카스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관련 조사를 지속하다 "마두로 행정부 하에 실질적인 진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이유로 최근 현지 업무 공간을 폐쇄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ICC를 탈퇴한 사례는 부룬디와 필리핀이 있다.
ICC에는 현재 125국이 가입해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은 아예 속해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ICC에 "트럼프와 미국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부 규정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그 배경에는 공교롭게도 지난 9월부터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 중인 군사적 압박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현재 베네수엘라와 연관된 마약 운반선으로 판단한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2차 타격'으로 생존자를 살해했다는 전쟁 범죄 논란이 최근 제기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지난달 통화하고, 역내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브라질 현지 언론인 오글로부의 첫 보도에 대해 브라질 대통령실 역시 "짧은 대화"였다고 확인해 주면서 "추가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글로부는 룰라 대통령이 통화에서 카리브해 일대에서의 미군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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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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