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제재 대상 선박들에 대한 추가 나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가 다른 유조선이나 베네수엘라 내 석유 생산시설도 목표로 삼고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제재 대상 선박들이 암거래 석유를 싣고 바다를 항행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 (암거래 석유) 수익금이 전 세계 불량ㆍ불법 정권들의 마약 테러를 부추기는 데 쓰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군은 전날 중무장 특수부대 병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연안을 항해 중이던 대형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이다. 이와 관련해 레빗 대변인은 해당 유조선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불법 암거래 원유를 운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림자 선박’(shadow vessel)이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선박 압수 영장을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며 유조선 나포 조치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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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목적 마약? 석유?” 질문 나오기도
레빗 대변인은 중남미 카리브해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서반구 작전’이 본질적으로 ‘마약 단속’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석유 문제’ 때문인지를 묻는 폭스뉴스 피터 두시 기자의 말에 “트럼프 행정부는 서반구에서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시 기자는 다시 “압수된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 내 가계 물가 부담 완화에 활용할 계획인가”라고 후속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솟는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해법으로 석유 시추 확대 등 에너지 비용 절감을 여러 차례 언급해온 것을 근거로 한 물음이었다. 레빗 대변인은 “압류된 해당 선박은 몰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석유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미국은 나포한 선박에 수사팀을 보내 승선자 조사를 진행 중이며, 미국 항구로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미국은 법적 절차를 밟아 석유를 압수할 계획이라고 레빗 대변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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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유조선 추가 압류 리스트 작성”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몇 주 내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선박에 대해 직접적인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운송 선박을 추가로 나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은 제제 대상인 유조선 여러 척을 추가로 압류하기 위한 리스트를 작성했다. 로이터는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수개월 동안 (제재 대상 유조선) 나포를 계획해 왔다”고 보도했다. 추가 선박 압류 계획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난 9월부터 마약 밀매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23척을 공격하고 87명을 사살했다. 일부 선박 생존자에 대해 2차 타격으로 사살했다는 정황이 최근 드러나며 국제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상 작전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