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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만남, 놀라운 맛… 한식과 크림치즈의 반전 조화 [쿠킹]

중앙일보

2025.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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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효와 서양의 치즈 문화에는 모두 ‘느림의 미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비채나에서 열린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의 미식 쇼케이스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는 이 한마디로 압축될 수 있었다. 전광식 비채나 총괄셰프가 남긴 이 말은 한국 발효와 미국 치즈가 만나는 이번 협업의 핵심 방향을 표현했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가 비채나에서 연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에서 전광식 총괄셰프가 협업으로 선보인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미국유제품수출협회
이날 쇼케이스는 미국산 크림치즈를 한국의 발효 식재료와 결합해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미학이 교차하는 새로운 한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행사에는 미국대사관 농무참사관 켈리 스탱(Kelly Stange)과 가온 소사이어티 김병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 글로벌 푸드서비스 부문 에이미 푸어(Amy Pore) 부사장은 영상 인사를 통해 “미국 치즈와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은 모두 숙성과 발효를 통해 깊은 맛과 질감을 완성한다”며 두 식문화의 공통점을 소개했다.

전광식 셰프팀은 이번 협업에서 무엇보다 ‘한식의 발효 과정’ 자체에 집중했다. 전 셰프는 전통 발효의 원리와 과정을 다시 연구해 이를 한국 식재료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전통 발효의 구조를 이해한 뒤 그 결과물을 크림치즈와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비채나는 명이나물, 누룩소금, 유자, 감태 등 네 가지 한국 식재료를 발효·건조해 파우더 형태로 만든 뒤, 이를 크림치즈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 셰프는 “향과 감칠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사용성이 좋도록 건조·파우더화하는 방식이 가장 적합했다”며, “이 발효 크림치즈는 크림치즈 고유의 부드러움과 은은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발효 식재료의 깊이를 섬세하게 더해주는 형태”라고 말했다.

미국 크림치즈를 활용해 비채나에서 선보인 메뉴들. 전광석 셰프는 크림치르를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활용했다. 사진 미국유제품수출협회
이렇게 완성된 네 가지 발효 크림치즈는 이날 선보인 다섯 가지 메뉴로 확장되었다. 감태는 바다의 고요한 향과 은근한 감칠맛을 지닌 재료로, 감태 크림치즈 김부각에서는 찹쌀죽을 바른 전통 김부각을 튀긴 뒤 그사이에 감태 크림치즈를 샌드해 바삭한 식감 속에 바다 풍미를 담았다. 명이나물은 육류와 잘 어울리는 진한 마늘 향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이를 활용한 명이나물 크림치즈 육회 증편은 구워 튀긴 증편 위에 명이 크림치즈와 조청 간장 양념 육회를 올리고 절인 노른자를 갈아 올려 풍미를 더했다. 유자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상큼하고 향긋한 풍미를 지닌다. 이러한 특징은 유자 크림치즈 대게 튀김에서 대게살·감자·볶은 양파를 섞어 만든 속에 유자 크림치즈를 더해 튀겨내는 방식으로 구현돼, 해산물의 단맛과 유자의 산뜻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누룩소금은 채소와 육류의 맛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구수함을 품고 있어, 누룩소금 크림치즈 비빔국수로 맛볼 수 있었다. 누룩소금 크림치즈에 양파장아찌와 김치볶음을 더해 담백하게 완성했으며, 기본 국수를 먼저 맛본 뒤 별도로 제공되는 새우젓 크림을 곁들이면 서로 다른 발효의 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디저트로 선보인 곶감 크림치즈는 채 썬 곶감과 견과류, 원당을 크림치즈와 섞어 속을 채운 뒤 바삭하게 구워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고소함을 살렸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는 이번 협업을 통해 크림치즈가 한식이라는 정교한 미식 문화 안에서도 충분히 확장 가능한 재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 최대 치즈 생산국으로, 2024년 약 650만 톤을 생산해 전 세계 치즈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하며, 50개 주 전역에서 연중 안정적인 원유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광식 셰프는 “한식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해석을 더하는 것이 비채나의 철학”이라며 “이번 협업은 서로 다른 식문화가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통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 과정”이라고 말했다.

송정 기자 [email protected]


송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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