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 차 신혼부부 중 절반은 자녀가 없었다. 내 집이 없고, 맞벌이를 할수록 자녀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신혼부부 10쌍 중 8쌍은 빚을 지고 있었고, 빚은 소득의 2배가 넘었다.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통계’에 담긴 대한민국 신혼 부부의 삶의 모습이다. 지난해 결혼한 지 5년이 넘지 않는 신혼부부는 95만2000쌍으로 전년보다 2만2000쌍(2.3%)이 감소했다. 신혼부부는 2015년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될 때만 해도 147만2000쌍이었는데, 매년 감소해 2023년 처음으로 100만 쌍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최근 감소폭은 2021년(-7%), 2022년(-6.3%), 2023년(-2.3%) 등으로 매년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년차 신혼부부가 21만 쌍으로 9.8%(1만9000쌍)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5년)가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에 접어든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는 줄고 있다.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있는 부부 비율은 51.2%로 전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비율은 2015년 64.5%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결혼 5년 차까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도 4쌍 중 1쌍(27.4%)이 됐다. 평균 자녀 수도 0.02명 감소해 0.61명까지 하락했다.
맞벌이와 내집 마련 여부가 아이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맞벌이 부부의 유자녀 비중(49.1%)은 외벌이 부부(55.2%)보다 6.1%포인트 낮았다. 유주택 신혼부부의 유자녀 비중은 56.6%로 무주택 부부(47.2%)보다 9.4%포인트 높았다. 유주택 부부의 평균 자녀수는 0.67명으로 무주택 부부(0.56명)에 비해 0.11명 많았다.
맞벌이가 많고 주택을 사기 힘든 서울은 평균 자녀 수가 0.5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맞벌이(0.51명)와 외벌이(0.53명)의 차이보다 유주택(0.6명)과 무주택(0.47명) 부부 간의 차이가 더 컸다.
다만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의 비중은 42.7%로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주택 소유 비중은 19년 42.9%였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상승 등을 겪으며 22년 40.5%까지 낮아졌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된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대출의 영향으로 주택 소유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ㆍ입양한 무주택 가구 등에 주택 구입 자금을 시중보다 낮은 금리에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신혼부부의 주된 거처는 아파트(77%)로 전년보다 아파트 거주 비중이 2.5%포인트 상승했다. 아파트 거주 비중은 2019년 69.8%에서 매년 늘고 있다.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소득은 7629만원으로 전년보다 5%(364만원) 증가했다. 특히 소득 1억원 이상인 신혼부부 비중이 23.9%로 전년보다 3.2%포인트 늘었다. 맞벌이 신혼 부부 비중이 59.7%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소득도 늘었지만, 빚이 더 많이 늘었다. 전체 신혼 부부의 86.9%가 빚이 있었는데, 이들의 대출 잔액은 중앙값은 1억7900만원이다. 전년(1억7051만원)보다 5%(749만원)가 늘었다. 특히 대출이 있는 부부 중 3억원 이상 대출을 가진 경우가 24%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늘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