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이 12일 독자적으로 수사기록을 재차 공개하며 “검찰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현장 수사의 기초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 감찰부서에 백 경정 행보를 지적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는 등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백 경정은 이날 ‘2023년 대한민국 하늘 국경 공항은 뚫린 것이 아닌 열어줬다는 것’이란 제목의 자료를 언론을 통해 알렸다. 그간 주장해 온 자신의 입장과 해당 의혹 관련 검·경 수사 자료, 마약 운반책의 자필 메모 등을 공개했다. 백 경정은 지난 10일에도 현장검증 조서 초안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백 경정은 “검찰은 (운반책이) 어떻게 공항을 통과했는지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며 “마약 수사 전문가인 검찰이 기초 중의 기초인 폐쇄회로(CC)TV 영상조차 확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수단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필로폰이 어떻게 공항을 통과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검찰이 그 과정을 수사하지 않고 덮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수사기밀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동부지검과 합수단에서 실황 조사와 현장 검증 영상을 일부분 편집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가 ‘피의사실 보호’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동부지검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 백 경정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 10일 보냈다. 백 경정의 독자적인 행보가 공보 규칙 위반 및 개인정보 보호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는 경고 차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동부지검 합수단은 사건 당시 마약 밀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 8명과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경찰·관세청 지휘부 7명 모두에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동부지검은 밀수 사건 피고인이 경찰 조사 당시 동료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통해 백 경정에 대해서 “마약 밀수범의 거짓말에 속아 경찰 수사 타깃이 세관 직원으로 전환됐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