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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남·대미전략 언급 없이 전원회의 종료…"당규약 개정 예고"

중앙일보

2025.12.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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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12일 "9일부터 11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올해 국가사업을 결산(북한에선 총화)하고 내년 초에 열릴 9차 당대회 준비 방향을 확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 직접 참석했지만 구체적인 대남·대미 관련 언급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9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만큼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남북관계 단절이 명문화될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12일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된 당중앙위 제8기 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김정은의 사회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2025년도 당 및 국가정책 집행 정형 총화 ▶당 중앙검사위원회 2025년도 사업 정형 ▶9차 당대회 준비와 관련한 중요 문제 ▶2025년도 국가 예산집행 정형과 2026년도 국가 예산안 ▶조직 문제가 상정됐다.

신문은 김정은이 회의 의제에 대한 "강령적 결론"을 내렸으며, 올해 당과 국가의 정책 집행 현황을 평가하고 주요 성과를 개괄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농업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알곡 수확고를 기록하였으며 많은 중요 대상 건설을 훌륭히 완공함으로써 올해 경제발전 목표들과 함께 5개년 계획이 완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2024년부터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의 성과를 내세우면서 "인민들의 이상과 복리 실현에서 자부할 만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회의에선 '군 현대화' 성과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당의 현대화 방침에 따라 국가 방위력 전반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이룩됐다"면서다. 김정은은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및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나라의 안전과 방위 보장, 이익 수호를 위해 많은 문제가 효과적으로 올바로 해결되었으며 정확한 발전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는 "국방 건설 분야에서 핵 무력과 상용 무력 병진 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9월 11~12일 국방과학원 산하 연구소 방문)이라고 밝혔던 김정은이 앞으로도 군사력 고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는 "지난 근 1년간 우리 군대의 여러병종 부대들이 해외 군사작전에 출병해 이룩한 혁혁한 전과는 백 전 필승의 군대, 국제적 정의의 진정한 수호자로 우리 군대와 국가의 명성을 만방에 시위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경제·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완수와 지방발전정책,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같은 성과를 부각한 건 9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의 리더십과 체제 정통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요 간부들의 기강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정은은 일부 당 조직과 경제기관에서 드러난 결함을 언급하면서 간부들의 그릇된 사상 관점과 비활동·무책임한 사업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초기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부정적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면서다. 실제로 전원회의는 조직 문제와 관련해 "1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5명의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소환"한다고 결정했는데, 비판의 대상이 된 간부들이 소환(해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은 회의에서 내년 국가적 중점 과제로 농업·농촌 부문 개편을 최우선 강조했다. ▶밀 재배면적 대폭 확대 ▶밀 가공 능력 증대 ▶분배제도 개혁 ▶서해안 간석지 농장 현대화를 지시하면서다. 이는 농업 부문에서 높은 알곡 수확을 기록했다는 자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전반적인 식량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 분배제도 개혁과 관련해 "사회주의 분배 원칙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라고 주문한 건 국정 임금 인상과 양곡 정책 변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쌀 가격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장기적인 대내외 정책 노선은 내년 초 열리는 9차 당대회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연말연시에 나오는 정세 변화 관련 주요 변수에 대한 평가와 전략적 대응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변수를 숙고·반영해 9차 당대회에 종합적인 평가와 향후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신문은 내년 초 9차 당대회 준비와 관련해 당규약 개정안 작성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9차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입각한 남북관계 단절을 당규약에 명문화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 명문화를 통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다"라면서도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로 봐서는 불확실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내치에 집중하기 위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정영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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