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전범국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스포츠 국제무대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건다. 먼저 유소년 단계부터 빗장을 풀고 차츰 성인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IOC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올림픽 서밋에서 성인 선수들과 구분해 유소년 대회만큼은 국기와 국가 사용을 포함한 ‘완전한 국가 정체성’을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성명을 내고 “선수들은 전세계 어디서든 스포츠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정부의 정치적 간섭이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IOC의 이번 권고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이후 스포츠계를 포함해 국제 사회에서 일절 퇴출당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유소년 스포츠대회만큼은 자국의 상징을 드러낼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소년 선수들이 그들 정부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건 가혹하다”고 설명한 IOC는 “이 부분에 대해 올림픽 서밋 참석자들 간에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했다. IOC는 그간 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하고자 할 경우 국기나 국가를 쓸 수 없게 하고, 전쟁 지지 의사가 없는 선수에 한해 ‘중립국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을 허용해왔다.
IOC가 바뀐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 저울질 중인 대회는 내년 10월31일 개막해 11월13일까지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리는 2026년 하계 유스올림픽이다.
이번 조치는 2028년 LA 하계올림픽을 3년 앞둔 시점에 나온 만큼 추후 성인 선수들에게도 국적 제한 폐지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 중인 유럽이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각 종목별 국제단체(IF)가 IOC의 권고를 받아들이더라도 산하 유럽 연맹이나 회원국들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3년 9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러시아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국제대회 복귀를 검토하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