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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호주 오스탈 지분 19.9% 확보로 최대주주...‘마스가’ 탄력받는다

중앙일보

2025.12.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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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5일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있는 오스탈USA 조선소에서 진행된 ‘미 해군 USS 가브리엘 기퍼즈(LCS 10)’의 진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화그룹이 미국 군함을 건조하는 호주의 글로벌 방산기업 오스탈(Austal)의 최대주주가 된다. 미국 군함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이날 한화의 호주 현지법인(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합작)이 오스탈 지분을 기존 9.9%에서 19.9%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한화는 오스탈 지분 17.1%를 보유한 타타랑벤처스를 제치고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됐다.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블룸버그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권고를 수용해 한화의 오스탈 지분 확대를 승인했다”며 “다만 호주 전략 산업 보호와 주권적 이익을 위해 지분율은 19.9%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는 지난 3월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1687억원에 매수한 뒤 지분을 19.9%까지 늘리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에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한화가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는 지난해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1조원)에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스탈 경영진 반대로 무산되자 지분 투자 전략으로 선회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글로벌 방산 함정 건조 분야에서 한화와 오스탈의 전략적 협력 기회가 열렸다”며 “호주 FIRB와 재무장관의 엄정한 심사를 통과해 호주 정부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시찰 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 대통령,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연합뉴스
한화의 오스탈 지분 확대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설립된 오스탈은 해군 함정, 고속 페리, 해상풍력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 등을 생산한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모빌조선소(Mobile)에 미국 법인을 두고 미 해군과 해양경비대에 납품하는 연안 전투함, 고속수송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는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시설을, 버지니아 샬러츠빌에는 연구·개발센터도 두고 있다. 오스탈USA는 미 해군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가 미국에 보유한 한화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 시설로 군함 건조에 제약이 있고 시설 개선도 필요하다. 반면에 오스탈 모빌조선소는 즉시 군함 건조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춰 한화가 곧바로 미 해군 함정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국이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수리를 금지하는 ‘반스-톨레프슨법’을 시행 중인 만큼, 오스탈 지분 확보는 이러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세계 방위산업과 조선업이 활황세인 가운데, 미국 및 주요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인 한화에 이번 결정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차머스 장관이 “한화의 지분 인수는 승인했지만, 민감한 정보 접근이나 저장은 제한된다”고 밝히면서 군함 기술 접근에 제약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호주 정부가 한화의 19.9% 지분 보유는 인정하되 군함 관련 기술을 전면적으로 공유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일부 아시아 기업이 핵심 기술만 가져가는 사례가 있어 경계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한화가 이미 독자적인 군함 건조 역량을 갖고 있는 만큼 오스탈USA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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