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공공주택 임대를 역세권 좋은 곳에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공급 사례를 보면 가장 좋은 자리는 용적률을 높여서 (민간 건설사가) 일반분양하고, 공공임대는 구석에 몰아서 지으니 공공임대는 ‘싸구려’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다”며 “좋은 지역을 공공에서 직접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산층도 살 수 있게 25평, 30평도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9·7 주택 공급 대책에서 추진하기로 한 ‘공공택지 LH 직접 시행’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공공택지는 LH가 택지 조성 후 민간에 매각해 민간이 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민간 시행·건설사 등이 부동산 불황기에는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해 지난 몇 년간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LH가 직접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개발 이익도 공공이 환수하게끔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내년 2만9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서울 1300가구, 인천 3600가구, 경기 2만3800가구로, 고양창릉(3881가구)·남양주왕숙(1868가구)·인천계양(1290가구) 등 3기 신도시 물량이 많다.
다만 LH 직접 시행의 경우 재정 부담이 커 현재도 230%에 달하는 LH의 부채 비율이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수도권 좋은 지역에 공공주택을 지으면 임대보증금이 늘어나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도 LH의 부채의 상당 부분이 (적은 수입으로 인한) 임대보증금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운영하는 별도의 공공주택 관리회사를 세워 LH와 분리해 부채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며 검토를 지시했다. 이상욱 LH 부사장은 현재 160조원가량 부채 중 100조원 정도가 임대보증금 관련 부채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LH의 임대용 주택 매입 사업 관련해 “(건설사들이) 1억짜리 집을 지어 LH에 임대 주택용으로 1억2000만원씩 받으며 비싸게 판다는 소문이 있다”며 적발된 사례가 있는지 물었다. 이 부사장은 “의혹이 있던 부분이 있어 조사하는 것도 있는데, 아직 가격 부분에 대해 (적발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노나는 장사,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소문이 있다”며 국토부에 대규모 조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사기 해결 방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장기적으로 더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6·27 대책 당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로 낮추고, 향후 80%로 더 내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전세대출을 받을 때 보증기관이 보증금의 100%까지 보증해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자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80%까지 낮추기로 한 걸 최대 60% 선까지 더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 보증금을 정부가 선(先)지급한 뒤, 후(後)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인데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국내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의 열차 장기 납품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철도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량 추가 투입이 필요한데,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은 “정부기관이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원시스가 2022년과 2023년 연거푸 납품을 지연했는데도, 정부가 계약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선지급금으로 지급한 것을 두고서다.
다원시스는 2018∼2019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ITX-마음 철도차량 총 358칸을 2022∼2023년까지 납품하는 6720억원 규모의 1·2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210칸의 납품이 최대 3년 가까이 지연된 사실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이날 “다원시스에 선금 61%를 지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선급금을 60%를 주느냐. 대규모 사기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선급금을 최대 20% 이상 못 넘게 하거나 필요한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