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참가 반대' 유로비전 우승 트로피 반납
스위스 가수 네모 "대회 이상과 명백히 충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지난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스위스 가수 네모(26·본명 네모 메틀러)가 이스라엘의 내년 대회 참가에 반대한다며 트로피를 반납했다고 AF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모는 인스타그램에 이같이 밝히고 "유로비전은 통합과 포용,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엔의 독립적 국제조사위원회가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결론 내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계속 참가하는 건 이런 이상과 명백히 충돌한다"고 적었다.
네모는 유럽 국가대항 가요제인 유로비전 2024년 대회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사에 담은 곡 '더 코드'로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논바이너리'다.
오스트리아 가수 JJ(본명 요하네스 피에치)도 올해 5월 우승 당시 "내년 유로비전이 이스라엘 없이 열리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로비전은 유럽방송연합(EBU)에 속한 56개 방송사가 자국 가수를 국가대표로 내보내 우승자를 뽑는 대회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과 함께 시작된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가 논란은 휴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이스라엘 대표 에덴 골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출전하려다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지적에 제목과 가사를 바꿨다. 올해는 이스라엘 가수 유발 라파엘이 시청자 투표에서 몰표를 받자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가수를 과도하게 홍보한다는 비판도 있다.
EBU는 지난 4일 총회에서 이같은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심사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의 내년 대회 참가는 표결 없이 허용했다. 여기에 반발해 스페인 공영방송 RTVE와 아일랜드 RTE, 네덜란드 아브로트로스(AVROTROS), 슬로베니아 RTV, 아이슬란드 RÚV가 내년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가운데 스페인은 EBU에 분담금을 많이 내 예선을 건너 뛰고 본선에 진출하는 일명 '빅 5' 국가 중 하나다. 아일랜드는 지금까지 69차례 대회에서 7차례 우승해 스웨덴과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아일랜드 RTE는 내년 대회를 중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벨기에·핀란드·스웨덴 방송사도 이스라엘이 참가할 경우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스라엘의 우방국 독일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나서 이스라엘을 빼면 독일이 불참하겠다며 보이콧 움직임에 반발했다. EBU는 내년 대회 참가국 명단을 성탄절 이전에 확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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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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