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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의 일기' 펴낸 사르코지, 드레퓌스 행세"

연합뉴스

2025.12.1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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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억울하게 간첩 누명 쓴 19세기 유대교 장교에 비유 예수까지 언급하며 무죄 강조…"무죄 이미지 남기려는 정치적 도구"
"'수감자의 일기' 펴낸 사르코지, 드레퓌스 행세"
사르코지, 억울하게 간첩 누명 쓴 19세기 유대교 장교에 비유
예수까지 언급하며 무죄 강조…"무죄 이미지 남기려는 정치적 도구"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1일의 수감 생활 만에 옥중 일기를 펴낸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간첩 혐의로 부당하게 유죄 판결받은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에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가 12일(현지시간) 비판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10일 출간한 '수감자의 일기'에서 자신이 "부당한 유죄 판결을 받기 전 10년간 박해당했으며 가짜 문서에 근거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판결을 받아 부당하고 무의미한 구속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9세기 말 독일 스파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투옥됐던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에게 스스로 비유했다. 다만 드레퓌스 대위처럼 기아나의 '악마의 섬'에 4년 넘게 유배되진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드레퓌스 대위를 넘어 '불의라는 십자가'를 짊어져야 했던 그리스도까지 언급했다. 더 나아가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는 복음서도 인용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수용소 내 열악한 환경을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너무 딱딱한 매트리스, 몸을 비틀어야 볼 수 있는 낮게 설치된 거울, '구역질 나게 하는' 배식판 식사, 소음 등에 불평불만 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이 환경들에 대해 "수천 명 수감자의 일상"이라고 꼬집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옥중 일기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그가 얼마나 특별한 대우를 받았는가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입감 때까지 몇 주간의 준비 시간을 가졌다. 수감 4일 전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대로 엘리제궁을 찾아 면담도 했다.
파리 도심에 있는 상테 교도소에 도착했을 땐 교도소 전체 간부진이 그를 맞이했고 별도 격리 구역의 독방에 수용됐다. 이는 수용률이 191%에 달하는 시설에서 특권이었다고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인정했다.
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교도소 옆방엔 경호원 두 명이 24시간 상주했고, 변호사 접견은 거의 매일 이뤄졌다. 가족도 이틀에 한 번씩 만났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이 그를 방문했고 교도소장과는 매일 저녁 대화를 나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의심받는 리비아 뒷돈 수수 의혹에는 거듭 무죄를 주장하면서 "나의 무죄를 짓밟음으로써 프랑스는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르몽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이 수감 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법적 싸움의 새로운 무기이자 나아가 역사에 범죄자가 아닌 부당하게 구속된 무고한 인물의 이미지를 남기기 위한 정치적 도구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측근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촉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범죄 공모)로 9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10월21일 수감됐다가 20일 만인 지난달 10일 항소 법원의 석방 허가를 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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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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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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