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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죄명'이라 쓰지 않나" 업무보고 빵 터트린 李 농담

중앙일보

2025.12.12 01:53 2025.12.1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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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자신의 이름을 예로 들며 "그래서 '죄명'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지 않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학생들이 대통령 성함에 쓰이는 한자인 '있을 재'(在) '밝을 명'(明)도 잘 모른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인배'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이 역시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소인배·시정잡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배(輩)'는 저잣거리의 건달이나 '쌍놈'을 뜻한다"며 "결국 대인배라는 단어는 '훌륭한 나쁜 놈'이라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쓰여도 아무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방송에서도 실수가 많이 보이고, 심지어 기자들조차도 이런 표현을 쓰더라"라며 "최소한의 교양에 대한 문제다. 단체 공지를 해서 이런 일이 없어지도록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원장은 "이건 학생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한자 교육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금은 한글 배우기도 힘든 상황인데 한문까지 강제로 가르치라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한자 교육을 제도로 강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천자문만 배워도 대개의 단어가 가진 깊은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글 파괴' 현상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적확하지 않은 조어가 반복적으로 쓰이거나 외래어가 과도하게 자주 사용되는 일 역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정말 제일 듣기 싫은 게 '저희 나라'라는 말"이라고 예를 들기도 했다. '저희'는 자신이 속한 집단 전체를 낮추면서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이라 같은 한국인끼리의 대화에서 '저희 나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며 '우리나라'라는 말을 써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잦은 외래어 사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멀쩡한 한글을 두고 왜 자꾸 쓸데없이 외래어를 사용하나. 공공영역에서 그러는 것은 더 문제"라며 "외국말을 쓰면 유식해 보이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방안에 대해 보고하자 "그냥 미디어 교육 강화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리터러시 강화라고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류신환 방미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이 "리터러시란 문해력을 의미한다"고 답했으나, 이 대통령은 "좋은 한글을 놔두고 공문에 꼭 리터러시라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는 점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예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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