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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서울대 '예산 쏠림'에 "잘 사는 큰아들 돈 더 대주는 꼴"

중앙일보

2025.12.12 03:32 2025.12.1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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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거점국립대 지원 방안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 예산 지원 차이에 대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표적인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교진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 양성에 힘쓰고 무상교육·보육을 4세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를 주도적이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만들고, AI 3강 도약을 위한 다층적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관련해선 “거점 국립대가 5극 3특 성장 엔진과 연계한 지산학연 허브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며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지역거점 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 지원 상황 파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서울대와 다른 대학 간에 배분되는 예산이 얼마나 차이 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서울대가 7200억원 정도 되고, 거점대는 2980억원”이라며 “학생 수는 서울대가 2만9000명, 지방은 평균적으로 2만1000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지원금은 두 배 이상 차이 나지만 학생 수 차이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손가락이 다섯 개인데, 왜 엄지손가락에만 지원을 더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교육부에서 대학별 연구 용역 수주 상황을 설명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경쟁 때문에 받는 용역 빼고 지원금이 서울대는 7000억원, 지방은 2000억원”이라며 “이유가 뭔가. 공부 잘하니까, 힘세니까, 서울이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서울대는 법인이라 (예산을) 통으로 편성하고 거점 국립대는 인건비, 시설비 등을 따로 편성한다”며 “아무래도 서울대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편성한 게 누적됐다”고도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옛날 산업화 시대에는 자원이 없으니까 큰아들에게 몰아줬지만, 지금까지 그러고 있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며 “큰아들이 좋은 대학 나와서 떵떵거리면서 잘 사는데 거기다 더 대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일단 9개 거점 국립대에 예산 8855억원을 편성했다”며 “(지난해보다) 4700억원 늘렸다”고 답했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은옥 교육부 차관, 최교진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연합뉴스

이날 이 대통령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등급제로 하는 거죠”라며 말문을 꺼냈다. 현재 수능은 영어·한국사·제2외국어만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국어와 수학, 탐구 등 다른 과목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를 받는다. 전체 응시생 중 상대적인 서열을 알 수 있고, 비율에 따라 등급도 정해진다. 2026학년도 수능 직후에는 수능 절대평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0일 “수능을 대입 전형 보조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며 현행 9등급 상대평가를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절대평가를 넘어, 입학생을 무작위로 선발하는 추첨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 중 입학생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제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최 장관은 “오지선다형으로 점수를 매기고 경쟁시키는 시대는 아니라는 데까지는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며 “국가교육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추첨제 관련한 취재진 질의에는 “대학 입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여러 방안 중에서 하나를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 영역에서 순우리말이 아닌 외래어가 사용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소인배’ ‘시정잡배’에 들어가는 ‘배’를 ‘대인배’에도 쓴다”며 “이런 일상적인 오류를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언종 고전번역원장(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은 “‘대인배’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은 한자를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며 “대통령의 성함도 있을 재(在)에 밝을 명(明)이라는 뜻을 학생들이 모른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죄명’이라고 읽잖아요”라고 농담을 하자 좌중에 웃음보가 터졌다.



김민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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