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누나를 연달아 잃은 20대 청년이 소셜미디어(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수천 명 네티즌의 위로와 신고 덕분에 구조됐다. 청년은 경찰과 상담 후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남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올해까지는 버티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며 “엄마 아빠 오늘 보러 가겠다. 큰누나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A씨가 그간 올린 글에 따르면 부모님은 2년 전 자취 중인 본인을 만나러 오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또 작은 누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가 부모님 사망 9일 뒤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의 글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그의 SNS에는 하루 만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부모님이 아직 오지 말라고 했다” “겨울이니까 붕어빵 먼저 먹어보자. 그러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온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등의 댓글로 A씨를 위로했다.
구체적으로 도움을 제안한 댓글도 있었다. 경남 하동군에 산다는 네티즌은 “잠시 머물 방 한 칸을 내줄 수 있다”고 말했고 아들 셋을 키운다는 네티즌은 “별 생각 다 들면 우리 집 와서 하루 이틀만 육아 도와 달라”며 “애들하고 놀아주고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다시 생각하자”고 했다.
또 과일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는 “올해 귤이 정말 맛있다, 같이 먹자”는 말을 건네며 살아야 할 이유가 많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A씨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그의 위치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안전을 확보했다.
경찰에 신고한 네티즌은 “DM을 남기니 (A씨에게) 연락이 와서 통화했다”면서 “서럽게 크게 울길래 ‘나도 경남에 사니 찾아가겠다’고 하니 괜찮다더라. 99년생인 어린 친구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후 A씨는 SNS를 통해 “경찰관 분들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병원 입원을 권유하셨다”며 “상담 후 내일 바로 입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오랫동안 혼자였고 내 삶은 스스로 버티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이 걱정해주실 줄 몰랐다”며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