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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대만 유사시’ 발언, 정부 방침엔 없었다…“즉흥적 개인 판단”

중앙일보

2025.12.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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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高市早苗)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언급한 이른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이 정부가 사전에 준비한 답변 문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부에서는 총리가 즉흥적으로 개인 견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교도통신·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참의원은 전날 X(옛 트위터)에 내각관방이 작성한 총리 답변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지난달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가능성’을 언급했던 당시를 대비한 예상 질의·답변서(Q&A)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 일본의 대응’과 관련해 대만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과 국제사회 모두에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했다. 또 존립위기 사태 해당 여부는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종합 판단한다는 수준의 원칙론만 담아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자료에는 “대만 유사시라는 가정에 기반한 질문에는 답변을 자제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국회 답변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전함을 사용한 무력행사가 수반된다면 어떻게 보더라도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건과 상이할 뿐 아니라,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은 총리가 답변 중 예전 시대 용어인 ‘전함(戰艦)’까지 사용한 점을 근거로 즉흥적 발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 군사 문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어서, 사전 검토 없이 현장에서 즉석 대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쓰지모토 의원은 “자료 어디에도 총리 발언이 없다”며 “개인적 견해를 정부 공식 입장처럼 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도 “국가 안보와 외교를 뒤흔들 민감한 사안을 총리가 준비 없이 즉흥 답변했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료 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은 피하면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정부 기존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개별적 상황을 종합 판단한다’는 총리의 다른 언급을 근거로 들며 사실상 엄호에 나선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발언 수위는 조절하면서도 중국의 철회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수층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일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재개, 중국 전투기의 일본 자위대기 레이더 조준 사례 증가 등 경제·군사·사회 전반에 걸쳐 보복성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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