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도서는 애니메이션, 웹툰, 굿즈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확장 가능한 잠재력이 높은 K-콘텐츠입니다. 아동 도서전이 책 시장을 확장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국내 최초 국제 아동 도서전인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하 도서전)’에서 지난 11일 만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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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날부터 북적…체험·전시 프로그램 강화
올해 두 번째를 맞이한 도서전이 지난 11일 개막했다. 오는 1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개최 첫해 5만명이 참가해 흥행에 성공한 도서전은 올해 개막 첫날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외 참가국도 지난해보다 8개국이 늘어났다. 해외 23개국 38개 출판사, 5명의 작가를 비롯해 국내 126개 출판사, 140여명 작가가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부산 지역 출판사 ‘산지니’ 강수걸 대표는 “개막 첫날인데도 관람객이 많아서 놀랐다”며 “도서전에서 색다른 책 읽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커서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게 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아이와 바다(The Young Ones and the Sea)’이다. 바다가 생명의 근원이자 온 세상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듯, 어린이도 책이라는 바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주제 전시장은 그림책을 포함한 아동 도서 400권의 책으로 파도가 치는 바다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도서전 곳곳에서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 워크숍, 북토크가 진행된다.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강연을 듣는 부모를 비롯해 20~30대 젊은 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도서전을 찾았다.
신인 작가들의 참여도 늘었다. 『안녕 나의 엄마』 김재환(31) 작가는 “도서전에 온 아이들이 자신의 그림책을 만들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며 “책 시장은 작지만, 교육적인 콘텐트로 개발되면 시장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어 아동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그림책 작가 22인의 원화 60여점을 전시하고, 작가와 함께 색테이프를 자르고 붙이며 벽면을 꾸리는 참여형 전시를 도입했다. 또 사전 선발된 5명의 어린이가 또래 관람객에게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어린이 도슨트’도 운영된다.
요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공간도 도서전 한쪽에 마련됐다. 7살 딸 아이와 도서전을 찾은 윤인아(48)씨는 “딸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체험 행사가 많아서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라며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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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인기 작가와의 만남…국내 도서 저작권 수출 지원
주말인 13일과 14일에는 평소 만나기 힘든 국내·외 인기 작가와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작가가 해외 권위있는 아동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는 등 K-콘텐트로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며 “이번 도서전은 인기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작가로는 202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작가 조던 스콧, 2016년 『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로 대만의 권위 있는 아동도서상 중 하나인 호서대가독상을 수상한 작가 탕무니우를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작가로는 아동도서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2025년 수상한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이가희 작가를 비롯해 『이파라파냐무냐무』의 이지은 작가, 『너는 누굴까』의 안효림 작가를 이번 주말에 만나볼 수 있다.
키즈 콘텐트 크리에이터 슈뻘맨, 남매 크리에이터 백앤아, 게임 크리에이터 홀릿, KBS 개그콘서트 ‘금쪽이 유치원’의 개그맨 이수경과 홍현호가 공연과 팬 미팅도 연다.
한국 아동도서의 저작권을 수출하고, 해외 출판 전문가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도서전의 주요 목표다. 이를 위해 영국·미국·스페인·이탈리아·브라질·싱가포르 등 23개국 29개 출판사를 초청해 국내 출판사와 저작권 수출입 상담을 지원한다. 윤 회장은 “해외 출판사와의 교류가 많아져야 국내 작가의 명성을 알릴 수 있다”며 “이런 경험이 켜켜이 쌓여야 제2의 한강 작가가 나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