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구경북행정통합(이하 TK행정통합)을 언급하며 한동안 잠잠했던 행정통합 논의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사이의 행정통합 논의를 둘러싼 간극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몰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실제 TK행정통합이 성사될지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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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심 쏠린 TK행정통합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TK통합에 대해 대구시장 궐위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럴 때가 찬스”라며 오히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통합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행정관청 소재지는 실용적 측면에서 주소를 두 군데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두 지자체를 합쳐 ‘대구경북특별시’로 만드는 행정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판에 두 지자체의 의견 차 때문에 동력을 잃었고, 경북 북부권의 반발에 경북도의회 동의가 미뤄지면서 사실상 사업이 멈췄다. 이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지며 동력을 되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TK행정통합 ‘찬스’ 이야기가 나오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가가 낙후지역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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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사 “국가 지원 약속을”
이 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963년 부산, 1981년 대구, 1986년 광주 등 지방행정을 도(道)와 직할시로 분리했던 결정은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것으로 지금 돌아보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평가하며 “지방을 인구 500만 단위로 모두 통합하는 국가의 행정체계 개편을 일반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역행정 통합이 성공하려면 국가가 책임지고 낙후지역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확실한 약속, 그리고 통합을 모두의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분명한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역시 지난 11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라며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됐고 시의회의 동의를 받은 사항으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과 관련해서도 “시의회의 동의를 전제로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추진 가능하며 우선적으로 초광역 협력과제 발굴을 위해 기획단을 조속히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은 행정통합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인 만큼 두 사안을 투트랙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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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글쎄” 선거도 장애물
두 단체장의 행정통합 재논의 의지에도 지역에서는 행정통합을 다시 논하기에는 두 지자체간 간극이 너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걸림돌이었던 경북 북부권의 반대도 여전하다. 안동이 지역구인 김대일 경북도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TK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움직이는 지금, 경북만의 독자적인 성장전략으로 도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행정통합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역시 행정통합이라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후보군이 두 자릿수에 달하고, 대구시의 경우 여야간 격전까지 예상된다. 또 각 지자체 간부급 공무원은 물론 대구시의회·경북도의회 의원들의 출마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TK행정통합 논의는 선거 뒤로 밀릴 전망이다.
행정통합 논의의 ‘후발주자’인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지역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며 대전·충남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대전과 충남은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발표하고 민간협의체를 구성한 뒤 통합에 필요한 법률(안) 마련과 주민 공청회 등을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