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말로만 외치는 게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정말 육성에 진심을 다할 채비를 하려고 한다.
롯데는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올해 정규시즌 3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정규시즌 12연패의 치욕과 맞닥드렸다. 롯데는 올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FA 시장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현장의 요청도 있었다. 박찬호(두산), 강백호(한화) 등 대어급 영입전선 예상에 롯데는 무조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FA 시장이 개장하자 롯데는 FA 전선에 아예 나서지 않았다. 3년 전 FA 3인방(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에게 170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대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FA 영입에 회의적인 기류가 구단을 넘어 모그룹까지 감쌌다.
대신, 롯데는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 육성 노선을 정했다. 롯데가 육성을 외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대로 시스템부터 갖추려고 한다. 철저한 자기 반성, 자기 객관화부터 이뤄진 결단이었다. 당장 FA 한두 명 영입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을 데려온 것은 성적을 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봐야 했다. 지금의 행보는 모순적이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계약기간 3년 동안 FA 한 명도 지원받지 못한 감독으로 남게 됐다.
고행길과 잡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롯데는 최근 몇년 간 망가진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과정을 기꺼이 감내하고 체질을 개선해야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스템 개선의 첫 걸음은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들의 단기 연수다. 최근 롯데는 일본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 츠쿠바 대학,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드 애슬레틱 등 바이오메카닉에 특화된 곳으로 선수들을 보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프런트와 코치들을 동시에 보냈다. 이들이 여기서 보고 배운 지식들을 자산으로 쌓고 시스템으로 만들어놓기 위함이다.현장에서 육성을 진두지휘할 인물도 필요했다. 그 인물로 롯데는 올해 한신 타이거즈 센트럴리그 우승의 원동력인 투수진을 이끈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를 낙점했고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로 임명했다. 올해 롯데 투수진이 윤성빈 홍민기 정현수 등 새얼굴들을 많이 발굴했지만 전체적인 체급은 낮고 체질도 허약하다고 판단했다.
가네무라 코디네이터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동안 한신 투수코치를 맡은 뒤 잠시 야인이 됐다. 2023년 방송 해설가, 2024년 독립리그 코치로 활약했고 올해 다시 한신 1군 투수코치로 복귀했다. 가네무라가 투수 파트를 담당한 8시즌 동안 한신 투수진은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순위 2위 밖으로 벗어나본 적이 없다. 올해도 12개 구단 통틀어 평균자책점 1위(2.21), 이닝 당 출루 허용 1위(1.04)를 기록했다.무엇보다 현재 한신 투수진 가운데 가네무라 코디네이터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없다. 올해 50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에 평균자책점 0.17 36홀드를 기록한 이시이 다이치(28), 24경기 157이닝 12승 6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사이키 히로토(27), 66경기 6승 3패 46홀드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하며 홀드 1위를 기록한 좌완 오요카와 마사키(24), 27경기 175⅓이닝 14승 4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센트럴리그 다승왕을 기록한 무라카미 쇼키(27) 등을 어릴 때부터 지켜봤고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성장시켰다.
한신은 가네무라 코치가 만든 막강한 투수진으로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신은 일본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패했다. 그리고 이튿날 가네무라 코치는 퇴단을 발표했다. 일본 쪽 네트워크가 탄탄한 박준혁 단장은 일본시리즈가 끝나고, 가네무라 코치의 퇴단 소식이 나오자 마자 오사카로 달려갔다. 가네무라 코치를 데려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육성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결국 롯데 투수진 육성을 이끌 지휘자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한신 타이거즈 제공
박 단장은 “한신에서 젊은 투수들을 직접 키워왔다. 실적이 명확하다”라며 가네무라 코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또 김상진 코치와의 호흡과 커뮤니케이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상진 코치의 보직은 1군 투수코치가 유력하다고 보면, 가네무라 코디네이터는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상동에 머물며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