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총파업을 예고했던 지난 11일 새벽. 철도노조는 노사 교섭 도중 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핵심 쟁점이던 ‘성과급 정상화’ 안건과 관련해, “정부가 절차를 거쳐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노사는 교섭에서 잠정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성과급 기준(기본급의 80%)이, 다른 공공기관 기준(기본급의 100%)보다 낮은 점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일지는 코레일 사측이 아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결정한다. 기재부는 오는 24일 열릴 공운위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노조는 “공운위 결과를 보고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파업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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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문제 삼은 코레일 ‘80%룰’ 왜 생겼나
철도노조가 문제 삼은 성과급 기준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계기로 생겨났다. 당시 정부는 2010년부터 공공기관의 각종 수당과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기본급에 통폐합하도록 개편했는데, 코레일은 노조와의 협상이 늦어지면서 1년 늦은 2011년부터 해당 지침을 적용했다.
당시 기재부는 페널티 차원에서 코레일은 지침 적용 전의 낮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하게 했다. 그 결과가 매해 실제 기본급의 8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코레일은 2018년 노사 합의를 거쳐, 사실상 기본급의 100%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2021년 6월 감사원에게 ‘지침 위반’ 판단을 받았다. 결국 공운위 의결을 거쳐 2022년 12월 다시 80% 수준으로 돌아갔다.
노조는 15년 전 잘못으로 불이익이 계속 유지되는 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의 현 기본급(338만4000원)이 32개 공기업 전체 평균(월 459만7000원)의 73%에 불과한데, 여기에 ‘80%룰’을 적용한 성과급을 지급하면 임금이 다른 기관의 58%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호소한다. 지난해에도 철도노조는 이를 문제 삼아 파업을 선언했지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계기로 파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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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변화 없던 기재부, 이번엔 달라질까
기재부는 지난 15년간 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음 공운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코레일의 성과급 기준을 100%로 올릴 경우, 성과급 인상분만 매해 700억~800억원에 이른다. 통상임금 상승으로 인한 수당 인상분까지 더해져 추가로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2010년 당시 다른 공공기관은 노조와의 갈등으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정한 시한 내에 지침대로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기관도 파업을 통해 차등 문제를 없앨 수 있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형평성은 국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신 임 교수는 “이런 시비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코레일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이 벽지 노선 운영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느라 적자 구조를 떠안고 있음을 감안해 페널티를 거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 한국교통대 교수는 “코레일은 좋은 경영평가를 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애초에 임금 상승에 불이익이 있다”며 “80% 룰도 당시 재정 문제 때문에 정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바꾸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