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부산 시민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한 '산타 버스'가 운행을 중단했다. 버스 내 장식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민원을 부산시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13일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산타 버스 4개 노선의 차량 내외부 장식이 모두 철거됐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청은 공문을 보내 "일부 여객사의 시민 서비스에 감사하지만, 안전사고 예방도 중요한 만큼 차량 내 장식물을 즉시 철거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부산시가 밝힌 사유는 화재 위험이다. 지난 7일 접수된 민원 내용이 "좋은 의미로 하는 건 알겠는데 크리스마스 조명에서 스파크가 일어나서 화재 나면 대형사고"라며 "장식이 다 불에 잘 붙을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부산 여행에 맞춰 버스 탑승을 계획했거나 운행 시간표를 공유하던 시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9년간 산타 버스를 운행한 주형민 기사도 SNS에 "회사도 어떻게든 운행하게 해보려 했지만 안전상 민원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며 "아이들이 산타버스 타려고 기다렸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산타버스는 지난 2006년 지금은 퇴직한 김이순 기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매년 12월이면 산타 옷을 입고 운전석에 앉아 어린이 승객들에게 팔찌, 머리띠 등 선물을 주며 훈훈한 성탄절을 만든 것이다.
이후 다른 버스기사들의 동참과 회사 측의 지원으로 산타 버스는 4~5개로 늘어났고, 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 김포·전주·천안까지 다른 지역에서도 산타 버스가 달리는 등 문화가 확산되기도 했다.
부산 시민들의 이용 후기를 보면 버스가 첫 출발하는 차고지에서 미리 기다렸다 타는 등 오픈런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부산시 측은 "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안전기준에 장식품들이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