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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그놈, 女수감자와 펜팔…봉투서 쏟아진 '검은 털' 정체

중앙일보

2025.12.13 13:00 2025.12.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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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악행이 집결한 곳, 바로 교도소입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 이곳에 김도영 교도관은 9년째 매일 출근합니다.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고 피해자 탓을 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의 비뚤어진 마음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진짜 교도소 이야기. 더중앙플러스 ‘ 나는 교도관입니다(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46)’입니다.

※ 해당 내용은 필자의 실제 경험을 기록했으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유지를 위해 일부 각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교도소에 새벽이 찾아왔다.
또각, 또각.
모두가 잠든 시간,
내 발소리만이 복도를 울렸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쏴아’ 물소리가 들렸다.
217번 방 화장실에서
물이 계속 쏟아지는 소리였다.

" 217번! 당장 멈추세요. "
난 이 소리가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어떤 수감자들은
변기 물을 24시간 틀어놓는다.
페트병에 끈을 달아 변기 레버에 올려놓으면
변기가 물을 계속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냄새가 난다는 이유였다.

" 아니, 그럼 비데라도 설치해 주든가. "
남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변기 레버를 올렸다.
환경이 열악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곳은 교도소다.

법무부에 따르면 수감자 한 명에 드는
세금은 연간 3000만원을 넘는다.

사회에는 선풍기 하나로도
여름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범죄자의 환경이 그보다
더 좋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밤새 실랑이를 벌인 남자에게 누가 면회를 왔다.
면회실에는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짙은 향수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 저기요. "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 우리 안쪽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

안쪽이. 들어본 적이 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을
‘곰신’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남자를
‘안쪽이’라고 부르는 은어였다.

" 우리 오빠 방에 왜 비데 설치가 안 되는 건데요? 제가 돈 내면 되잖아요! "
여자가 가방을 뒤적이며
현금 다발을 꺼내 들었다.
“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 아니냐”라는
뻔한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마침 그때, 217번이 면회실에 도착했다.

" 오빠! 교도소 춘추복 너무 예쁘다! "
여자는 단숨에 달려가 아크릴판 앞에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 얼굴이 더 좋아졌는데? 피부 아주 좋아졌어! "

교도소에서는 제철 과일과 영양크림은 물론,
단백질 보충제·영양제도 살 수 있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건강해 보이는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아까의 분노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의 재판을 위해 법원으로 향했다.
" 피고인, 일어나서 최후 진술하세요. "

재판장이 그를 향해 손짓했다.
217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잠시 방청석을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재판장님. 저에게는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있습니다. 제가 없으면 아이들이…. "
그 순간, 방청석 뒤편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일주일 전 면회를 왔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

대신 웬 낯선 중년 여성이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217번이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내 착각이었을까.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재판이 끝난 후, 법원을 나서며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제가 조연들 출연시켰는데, 판사가 잘 좀 봐줬겠죠? "
그는 판사의 동정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아이들을 섭외해
방청석에 오라고 한 것이다.

그 순간 난
이 남자가 소시오패스라는 걸 확신했다.
일명 ‘반사회적 인격장애’.

여자친구를 시켜 민원을 넣게 한 일,
법정에서 ‘조연’을 동원한 연출,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 못 하는 모습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 조용히 하세요! "
순간 평정심을 잃을 뻔했다.
뻔뻔한 태도와 재판정에서 들은
그의 범죄 모습이 겹쳐서
더 화가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 피고인은 술자리에서 약물을 타 의식을 잃은 여성들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했고, 범행 장면을 찍어 소지하고 있었으며…. "

그는 전과 3범의 성범죄자였다.
며칠 전 면회를 온 여자는
이 남자가 성범죄자인 걸 아는 걸까.
아니, 도대체 아이들의 엄마라는
저 중년의 여자는 또 누구일까.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엔 또 다른 여자가 찾아왔다.
여자는 갑자기 아크릴 너머
217번을 향해 자신의 상의를 걷어올렸다.

즉시 면회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혹시 면회 중
다른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뭔가 주고받은 것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방을 수색했다.


(계속)

TV 밑에는 뜯어져 있는
편지 봉투 수십 통이 있었다.
그건 다른 지역의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과 주고받은 것이었다.

편지 봉투 안에
불법 물품이 있는지 검사하던 중,
무언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털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다른 편지 봉투도 확인했다.
역시 안에는 검은 털이 수북이 들어 있었다.

교도소에서 뒤틀린 욕구를 해소한 그의 행각,
교도관은 경악했습니다.

※ 충격적인 그 편지의 정체,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성범죄 그놈의 '감옥 펜팔'…수북한 검은 털 충격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524


김도영.선희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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