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내년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가 기대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K-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2개 산업은 ‘맑음’, 배터리·바이오·자동차·조선·섬유패션 등 5개 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계·석유화학·철강·건설 등 4개 산업은 ‘흐림’으로 나타났다.
전망이 밝은 산업은 대부분 AI와 연관성이 컸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올해 수출이 16.3%(1650억 달러) 성장한 데 이어, 내년에도 9.1%(1800억 달러)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D램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2026년 한 해에만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전자기기 사양 상향평준화, 전력효율이 높은 OLED 패널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내년 수출이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확장현실(XR) 시장 확대 등 신시장 성장세도 예상된다.
배터리 산업은 올해 전기차 캐즘으로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실적이 주춤했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서버 증설에 발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덩달아 급증해 내년 수출이 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 축소와 중국산 시장점유율 확대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은 대미 관세가 25%에서 15%로 완화되고 내년부터 국내 전기차 신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등 기대 요인이 있지만, 중국계 자동차의 글로벌 점유율 상승이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 산업도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라는 긍정적 요인과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조치 연장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라는 부정적 요인이 공존한다.
바이오 산업은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대규모 설비 가동이 본격화되고,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이 맞물리면서 대형 위탁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정부 주도의 약값 인하 압력과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섬유패션 산업은 K콘텐트의 글로벌 확산, 중국 한한령 완화 기대감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히지만, 체감 물가 상승과 내수·교역 둔화가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흐림’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유가에 따른 석유화학 원재료인 납사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6.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이뤄지면서 가동률이 회복세로 전환되고,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공급과잉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철강 산업도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유럽연합(EU)발 수입규제 강화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내년에도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전 업종이 긴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I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공격적인 실험이 지속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혁신 실험, 인센티브 체계 마련이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