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마통) 사용액 잔액이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금융당국 대출 규제에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주식과 암호화폐에 ‘빚투’(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다.
14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11일 기준 마통 사용액 잔액(40조7582억원)이 지난달 말(40조837억원)과 비교해 6745억원 급증했다고 밝혔다. 역대 월말 집계치와 비교했을 때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많다. 마통은 한도를 받아 놓고 그 범위에서 자유롭게 돈을 인출해 쓰는 신용대출이다. 이번에 집계한 사용액 잔액은 한도 잔액이 아니라 실제 인출까지 해서 쓴 돈의 합계다.
마통 사용액이 많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일괄해 제한했다. 또 은행권 연말 목표 대출 총량까지 줄였다. 규제에 막힌 대출 수요는 마통으로 쏠렸다. 마통은 한도를 미리 받아 놨다면, 규제와 상관 없이 한도 내에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주식·암호화폐·금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돈 빌리기가 편한 마통을 당겨 썼다.
반면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611조2857억원) 대비 지난 11일(610조8646억원) 4211억원 줄었다. 이달 말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 월간 기준 주담대 잔액이 줄어들게 된다.
내년에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 금융사들이 올해 대출 총량을 지키지 못하면서 페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커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8099억원으로, 연간 목표치(2조61억원)의 약 40%(8038억원)를 초과했다. 5대 은행 가운데 초과 비율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올해 가계대출 잔액이 4조6000억원 늘면서, 목표치(1조2000억원)의 280%를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총량을 위반한 금융사를 제재할 때 보통 그다음 해 대출 총량을 줄인다. 내년에 가계의 돈줄이 더 마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은행 대출 가산금리에 보증기금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게 한 은행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간 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에 서민금융진흥원과 신협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출연금,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료 등을 반영해 왔다. 하지만 개정법에 따라 이런 비용을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릴 수 없게 된다. 여기에 교육세율 인상분도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법으로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