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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대만유사" 발언은 애드리브…준비된 답 따로 있었다

중앙일보

2025.12.13 23:30 2025.12.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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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으로 양국 간 군사 긴장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은 ‘애드리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14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11월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입헌민주당) 의원 질문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에겐 사전에 내각관방이 준비한 응답 요령이 있었다. “대만 유사라는 가정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달랐다. “전함을 사용하고 무력 행사도 수반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국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사전 답변이 공개된 것은 지난 12일.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清美·입헌민주당) 의원 요청으로 일본 정부가 공개한 답변 원고에는 군사 개입 시사 발언은 없었다. “어떤 사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는 실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기존 정부 견해를 답했어야 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준비된 답을 놔두고 자신의 지론을 펼친 것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우발적인 것이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쓰지모토 의원은 12일 회견을 열고 “총리 책임이 무겁다”고 비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우발 발언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것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발언의 여파가 양국 무력 시위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사전 답변서 공개를 통해 사태 수습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는 이번 답변서 공개가 “정권으로서는 종래의 정부 견해를 답습한다는 입장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서 발표한 중·러 군용기 비행항로 그래픽 이미지.
중·일 갈등 장기화에 따른 군사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전투기 공동 비행이 도쿄 방면으로 향하는 ‘이례적인 루트’였다고 전했다. 중국의 폭격기가 도쿄로 향하는 루트를 취한 것은 2017년에도 있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도쿄 쪽을 향한 것은 처음이란 취지다.

통상 중국군 전투기는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난 뒤 미군 거점이 있는 괌 방면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엔 북동으로 진로를 변경해 일본 열도를 따라 시코쿠(四国) 앞바다까지 진출한 뒤 돌아갔다. 이 루트로 계속 비행할 경우 일본의 수도 도쿄에 이르게 된다. 자위대 간부는 요미우리에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고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방위성은 중국의 무력 시위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중·러 공동비행 항로가 지난 6일 자위대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한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 선단의 루트와도 겹치기 때문이다.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6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랴오닝함 선단에서의 전투기와 헬기 발착이 총 260여 회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미국과 공동 군사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한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성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전화 회담에 나서는 등 자위대기에 대한 중국의 레이더 조사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나서는 모양새다. 지지통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일의 온도차를 지적했다. 방위성이 양국 국방장관의 전화통화에 대해 “레이더 조사 사안을 포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은 레이더 조사나 ‘심각한 염려’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약속하는 등 최근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껏 중·일 갈등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일본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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