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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물량 공세에 테슬라 FSD까지…내년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

중앙일보

2025.1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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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와 국산차 간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감독형 자율주행(FSD)을 앞세운 테슬라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한계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국 승용차 소매 판매는 222만5000대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지난해 11월 약 19%에 달했던 친환경차 판매 증가율은 올해 11월 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연말 수요와 보조금 효과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내수 둔화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동부 장쑤성 타이창시의 항구에서 수출 대기 중인 중국 전기차들. EPA=연합뉴스

반면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11월 중국 승용차 수출은 약 60만대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 수출은 28만4000대로 전년 대비 242% 급증하며 전체 승용차 수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테슬라 차이나를 제외한 중국 로컬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늘며 최근 수출 확대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 시장도 중국발 수출공세 영향권에 들었다. 올해 1월 국내에 진출한 비야디(BYD)는 1~11월 누적 판매량 4955대를 기록하며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주력 모델인 ‘아토3’는 상위 트림 기준 3300만원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까지 가격이 낮아진다. ‘씨라이언7’ 역시 449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Y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배터리·모터·전력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가격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의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리자동차 산하 지커는 최근 국내 4개 딜러사와 판매·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내년 1분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구축하고 전기차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샤오펑 역시 올해 6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지커 9X’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 상하이 2025’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에 테슬라의 FSD 도입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가성비(중국차)와 자율주행 기술(테슬라) 등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해졌다.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과 함께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마그마’ 라인업의 GV60 투입을 준비 중이다.

기아 역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는 EV3·EV4·EV5를 기반으로 한 GT 고성능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소형 전기차 EV2도 차기 전략 모델로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축이 가격과 상품성은 물론,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경쟁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가격과 상품성, 기술 경쟁력을 함께 갖춘 모델이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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