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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에도 ‘응급실 진료제한’ 여전히 월 1만건, 원인 살펴보니

중앙일보

2025.1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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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한 뒤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정 갈등이 마무리됐지만, 응급실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진료제한' 상태인 경우가 여전히 사태 이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근무 의사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필수진료과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는 총 10만2171건이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은 전국 응급실의 병상 등 자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창구다. 각 의료기관은 인력이 부재한 상황 등 일시적으로 환자 수용이 어려운 경우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할 수 있다. ‘응급실 인력부족으로 중증외상환자 수용불가’라고 메시지를 띄우는 식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한 종합병원 응급실이 띄운 진료제한 메시지. 사진 종합상황판 캡처

이런 진료제한 메시지는 의·정 갈등이 지속되던 올해 1~8월에 총 8만3181건, 월평균 1만398건 표출됐다. 사태 이전인 2023년 1~8월에는 총 3만9522건, 월평균 494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공의 대다수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수련병원을 집단사직한 여파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했음에도, 진료제한 메시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표출된 진료제한 메시지는 9552건, 10월에는 9438건이었다. 월평균 1만건을 넘었던 1~8월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사태 이전인 2023년에 비하면 여전히 2배 수준인 셈이다.

9~10월 표출된 진료제한 메시지를 사유별로 보면, ‘인력 부족’이 월평균 37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병실 부족’이 725건, ‘장비 부족’이 156건이었다. 이 기간 전체 진료제한 메시지 중 ‘인력 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39.3%로, 전공의가 없던 1~8월(36.7%)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앞에 119구급차 등 응급환자를 이송한 구급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는 의·정 갈등 이후에도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절반 넘게 복귀하지 않는 등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이뤄진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전체 복귀율은 59.1%였지만, 응급의학과는 모집인원 656명 중 276명(42.1%)만 지원해 복귀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근 마감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도 응급의학과는 전체 158명 모집에 91명(57.6%)만 지원해 역대 최저 지원율(사태 와중에 진행된 모집 제외)을 기록했다.

의사들의 응급의학과 기피가 심해진 이유로는 법적 분쟁에 휘말릴 우려인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꼽힌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전공의로 수련하다 사직한 A씨는 “같은 과 동료 등 주변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소송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며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최근 공개한 ‘2025년 응급의학전문의 총조사’ 중간보고 결과에서도 ‘응급실 진료와 관련해 최근 1년 이내 법적 분쟁을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이 33.4%에 달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정 사태가 한창일 때보다는 전공의가 늘어 상황이 나아졌다”면서도 “인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젊은 의사들이 걱정하는 법적 리스크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소방청 등 유관 기관들은 국무총리 주재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TF’를 통해 형사책임 면제를 포함해 관련 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 있지만, 각계 이견으로 뚜렷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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