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체 인구의 상위 0.9%, 약 48만 명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했다. 15년 새 3배 이상 불어났다. 이들의 총 금융자산은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2011년 약 13만 명에서 올해 47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부자 비중은 같은 기간 0.27%에서 0.92%까지 늘었다. 이중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이고 300억원 미만인 고액 자산가는 3만2000명, 30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는 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47만6000명) 보유한 금융자산은 3066조원으로 1년 전보다 8.5% 증가했다.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4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억1000만원 늘었다.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띤 영향이 크다.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금융투자에서 ‘수익’을 경험한 부자 비중은 34.9%로 ‘손실’을 경험한 부자(9.4%)보다 3.7배 많았다.
특히 올해 부자 10명 중 4명은 주식 투자로 수익을 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응답자는 40%로 1년 전(32.5%)보다 7.5%포인트 증가했다. '수익도 손실도 없었다'는 응답은 35.8%, '손실을 봤다'는 의견은 9.8%였다.
부자들이 보유한 전체 부동산 자산은 2971조원으로 지난해보다 6% 늘었다. 상승 폭은 지난해 (10.2%) 대비 축소됐다. 올해 각종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자산(금융+부동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4.8%로 5년 새 4.2%포인트 감소했다. 나머지는 금융자산(37.1%)과 회원권 등 기타자산(8.1%)이 차지했다.
황원경 KB경영연구소 부장은 “부동산 자산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금 등 실물자산과 암호화폐가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기타자산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내년 재테크 전략은 ‘현재 투자 수준 유지’로 기울어졌다. 내년(단기)과 중장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 1위로 주식을 꼽았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으로 전반적인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에서도, ‘내년 주식 투자액을 늘리겠다’는 응답자 비중(17%)이 ‘투자금액을 줄이겠다’는 의견(5.8%)의 3배에 이른다.
한편, 부자들이 생각하는 ‘진짜 부자’의 기준은 총자산 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산 유형별로는 부동산 50억원, 금융자산 40억원, 기타자산 8억원 정도를 보유해야 부자라고 인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