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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in Japan' 세계적 인기…중고거래 시장 주목하는 일본

중앙일보

2025.12.14 00:44 2025.12.1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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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한 중고 명품 가게의 모습. 정원석 특파원
14일 일본의 패션 중심지인 도쿄 하라주쿠(原宿).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인데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비닐로 포장된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한 유명 패션 빈티지 숍 앞에서 만난 포르투갈인 야니스는 "400유로(약 70만 원) 정도 하는 유명 브랜드의 바지를 빈티지 숍에서 찾았는데, 입지 않은 새 제품을 100유로(약 17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며 "일본의 중고 가게들은 포르투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관리가 잘 돼 있고 구색이 다양해서 나에겐 천국과도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회사원 박태민씨도 "일본 중고 가게에서 오래된 연식의 제품이나 희소성이 있는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구색도 다양하고 관리도 잘 돼 있어 꼭 사지 않더라도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하이엔드 브랜드(high-end brands)를 취급하는 중고 매장엔 일본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매장에서 만난 우오즈미 씨는 "최근 일본인들은 오히려 이런 비싼 브랜드들은 잘 안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매장에 와보면 절반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고 명품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2024년 480억 유로(83조 원)로 2017년에 비해 2.4배로 성장했다. 유행을 덜 타고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는 중고 물건이 관리도 잘 돼 있거나 사용감이 별로 없다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중고 명품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3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롤렉스 등 명품 시계들이 거래되는 독일의 고급 시계 리셀 사이트인 '크로노24'에서 올해 1~10월 일본 중고 롤렉스 시계들은 구매자 평점이 5점 만점에 4.742점으로 1위였다.

일본은 오랜 기간 중고 물건들이 유통되면서 물건에 대한 이력 관리나 진품 감정이 잘 이뤄지는 데다 물건의 상태도 잘 관리된 것들이 많아 구매자 입장에선 신뢰감을 갖는 측면이 있다. 메루카리와 일본 싱크탱크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일본 가정 내에 존재하는 중고 명품의 가치를 약 91조 엔(약 862조 원)으로 추산했다.

일본 업체들도 이른바 'used in Japan'을 하나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쓰며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플랫폼들은 일본산 중고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이용자가 모국어로 변환하여 볼 수 있도록 앱 사용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10월부터는 대만과 홍콩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향후 3년 이내에 50개국으로 진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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