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해변 총기난사로 혼비백산…일부 시민,총격범 제압 시도
호주 총리 "오늘 위험 속으로 달려간 호주인들 목격…이들이 영웅"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평온한 주말이 끝날 무렵인 14일 저녁(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 있는 본다이 해변에서 갑자기 '탕'하고 총성이 울렸다.
본다이 해변은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가로 특히 주말에는 수많은 서핑 애호가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이날은 1천명 넘게 모인 유대인 행사가 해변에서 열리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인 남성 2명은 각자 장총을 들고 해변을 뛰어다니며 조준 사격을 했다.
총성이 계속 이어지자 해변에 모인 관광객들은 혼비백산했다. 곳곳에서 총격당해 쓰러지는 이들이 잇따랐다.
오후 6시 45분 시드니를 담당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이 최초 신고를 접수했다. 곧이어 본다이 해변에는 경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총성은 멎지 않았다.
큰 나무 아래에 서서 장총을 든 채 사격하는 총격범을 차량 뒤에 숨어 지켜보던 한 남성 시민이 뛰어가 덮쳤다.
이 남성은 뒤에서 총격범의 목을 감싸 안고는 총기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놀란 총격범은 뒤로 넘어졌고, 빼앗은 총기를 겨누는 남성의 눈치를 살피다가 뒷걸음질 치며 공범이 있는 보행자 다리 쪽으로 도망쳤다.
또 다른 남성 시민이 달아나는 총격범을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모습도 촬영돼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졌다.
그 사이 다리 위에서는 검은색 옷을 입은 또 다른 총격범이 계속 장총을 쏴댔다.
이 총격범은 다리 위를 걸어 다니며 날아오는 총탄을 피해 자세를 낮추면서도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은 경찰에 사살됐고, 다른 1명도 체포됐다. 검거된 용의자는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와 경찰관 등 11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을 포함해 29명이 다쳤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오늘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우려고 위험 속으로 달려간 호주인들을 봤다"며 "이 호주인들은 영웅이고 그들의 용기가 (다른)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이번 사건이 유대인 행사를 겨냥한 표적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호주 당국은 용의자들의 범행 동기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호주 경찰은 이번 총기 난사를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또 다른 용의자나 배후 세력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호주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비교적 자주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
1996년 태즈메이니아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지자 호주 정부는 자동·반자동 총기 소유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