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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팬 난동 부른 ‘메시의 20분 투어’

중앙일보

2025.12.14 07:01 2025.12.1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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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방문 행사에 참석한 메시(아래 사진)가 일찍 자리를 뜨자 흥분해 그라운드에 난입한 현지 팬들. [EPA=연합뉴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가 인도 투어 도중 참여한 행사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현지 팬들의 분노를 샀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은 13일(이하 현지 시간) “인도 콜카타의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시 방문 행사가 관중 난동으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메시가 인도를 방문한 건 ‘GOAT(역대 최고) 인디아 투어’로 명명한 이벤트의 일환이다. 콜카타를 시작으로 하이데라바드, 뭄바이, 뉴델리 등을 순회하며 팬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인터 마이애미 팀 동료 로드리고 데 파울, 루이스 수아레스 등도 동행했다.

앞서 주최 측이 홍보한 내용과 달리 메시가 팬들과의 만남을 서둘러 종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날 새벽 콜카타에 도착한 메시는 곧장 시내로 이동해 높이 20m가 넘는 자신의 초대형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후 오전 11시30분쯤 행사 장소인 경기장에 도착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메시는 환영식, 팬 미팅, 볼 터치 시범 등 다양한 순서를 소화하며 45분간 머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 체류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했다. 그라운드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 뒤 곧장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주정부(인도 서벵골주) 관계자를 비롯해 정치인, 경호원 등이 주위를 빼곡히 에워싼 탓에 대부분의 관중들은 누가 메시인지 분간조차 하지 못 했다.

인도 방문 행사에 참석한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날 입장권 가격은 최고 1만8000루피(약 30만원)에 달했다. 인도 근로자 평균 월급(2만5000루피·약 41만원)의 72%에 이르는 액수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도 메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관중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사방에 물병이 날아들었고, 일부는 좌석을 부수거나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도 경찰은 메시의 콜카타 방문 주관사의 핵심 인물을 체포했다. 아울러 입장권 전액 환불을 약속하는 서면 보증을 요구했다. 쿠마르 콜카타 경찰청장은 “행사의 실제 계획은 메시가 경기장을 방문해 팬들과 교감한 뒤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떠나는 것이었다”며 주최 측이 이를 부풀려 홍보한 게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마타 바네르지 서벵골주 주지사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행사 운영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메시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알나스르)가 6년 전인 2019년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인 ‘노쇼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호날두는 소속팀이던 유벤투스(이탈리아) 내한경기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뒤 근육통을 핑계로 전·후반 내내 벤치만 지켜 관중석을 가득 메운 6만 여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팬들에게 인사 또는 사과 없이 곧장 라커룸으로 향한 그는 이후 이탈리아로 돌아간 뒤 소셜미디어(SNS)에 러닝 머신을 타는 모습을 올려 한국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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