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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우연인가 계시인가? 성 미카엘 라인

중앙일보

2025.12.14 07:08 2025.12.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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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대천사 미카엘은 하늘 군대 최고 사령관으로 악마의 무리를 무찌르는 신의 전사다. 중세 유럽 곳곳에 수도원과 교회를 지어 이 수호천사에게 봉헌했다. 그중 7개소는 아일랜드부터 이스라엘까지 거의 정확한 일직선을 이루어 ‘성 미카엘의 정렬선’으로 숭상해 왔다.

아일랜드의 외딴섬, 스켈리그 마이클 섬은 10세기경 미카엘 천사에게 헌정한 수도원으로 13세기에 폐허가 됐다. 영화 ‘스타워즈’ 7·8편에 제다이 수도원으로 등장해 유명해졌다. 잉글랜드 콘월의 세인트 마이클 산은 썰물 때 섬이 되는 바위산 정상에 요새와 교회를 지었다. 바다 건너 프랑스의 몽생미셸을 모델로 삼아 지형과 형태가 유사하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몽생미셸은 전 세계 미카엘 성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이다. 708년 초창(初創)의 오랜 역사와 환상적 경관을 가진 최고 명소다.

이탈리아 알프스, 피에몬테의 산 미켈레 성당은 산 정상에 우뚝한 7층의 요새 수도원으로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집필한 곳이다. 이탈리아 퓰리아의 산탄젤로 산속, 산 미켈레 성지는 500년경 발현한 미카엘 천사를 기념해 동굴 성당을 조성했다. 그리스 시미섬에는 대천사 미카일 수도원이 위치한다. 해변의 비잔틴풍 수도원으로 3m 높이의 대천사 동상이 명물이다. 최종 성소는 이스라엘 카르멜산의 스텔라 마리스 수도원이다. 선지자 엘리야가 미카엘의 힘을 빌려 이교도인 바알 사제들을 물리친 곳이라 전한다.

4190㎞의 직선으로 연결된 일곱 성소는 위상 편차가 0.3~1%에 불과해 사탄을 처단하는 ‘미카엘의 검’으로 믿었고 최고의 순례지가 되었다. 100여 곳의 미카엘 성소가 밀집된 유럽 어디를 직선으로 그어도 여러 곳이 걸치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 미카엘 발현 기념일(5월 8일)의 일출 방향과 일치하고 동쪽 끝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관문이어서 더욱 거룩하게 믿어왔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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