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본 때리기가 예사롭지 않다. 융단 폭격 수준이다. 크게 다섯 분야다. 우선 외교적 압박. 늑대(戰狼) 외교가 살아났다.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거친 말을 서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여론 전쟁. 연일 반일(反日)을 외치는 중국 언론엔 화약내 가득하다. 세 번째는 경제 협박. 일본수산물 수입을 막고 일본관광 자제령을 내렸다. 네 번째는 문화교류 중단. 중국 내 일본 공연 취소 등 신조어 한일령(限日令)이 나왔다. 마지막은 군사 위협. 서해에서 실탄사격 훈련 중이다.
중국은 왜 이리 강경한가. 중국 시사 평론가 덩위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의 네 가지 레드라인을 동시에 건드렸다고 말한다. 먼저 중국의 주권 레드라인. 대만 문제 개입 의사를 시사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사 레드라인. 중국에 일본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일깨웠다. 세 번째는 정치 레드라인. 문제의 다카이치 발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회담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오며 시진핑에 수치를 안겼다는 거다. 중국 외교부의 항의가 ‘지시를 받들어(奉示)’ 이뤄지게 된 배경으로, 중국의 전방위적 일본 압박이 나오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네 번째는 전략 레드라인. 이번에 일본을 혼내지 않으면 다른 나라도 제멋대로 대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거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본 일각에선 결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이 국내의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 전형적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군부에 대한 통제력 약화, 경제 악화, 건강 문제를 시진핑의 3대 위기로 지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서로 물러서지 않되 양국 관계 악화가 경제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반일 시위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지 않는 게 그런 전망을 낳는다. 내년 11월 중국 선전(深圳)에서 APEC이 열릴 때쯤 분위기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일 갈등은 한국에 크게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 번째는 대만 관련한 지도자의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실수하면 중국의 벌떼 공격을 각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중국 의존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수틀리면 언제든 중국의 보복을 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세 번째, 중국과 부닥칠 때 미국 도움을 받는 생각은 접는 게 좋겠다.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트럼프 말은 꽤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