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결선투표 진행…'좌→우' 정권교체 무게
공산당 소속 하라 vs 강성우파 카스트 맞대결…내년 3월 취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구 2천만명(유권자 1천570만명)의 칠레에서 임기 4년(중임제·연임 불가)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결선 투표가 14일(현지시간) 시행됐다.
유권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진 투표 시간 중 각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올해 칠레 대선은 독재 정권 종식 후 처음으로 유권자 명부 자동 등재에 따른 의무 투표제로 치러졌다. 기존 대선과 비교해 늘어난 유권자 규모는 약 500만명이다.
칠레 대선 결선은 지난달 16일 1차 선거에서 득표 1·2위를 차지한 집권당 측 히아네트 하라(51) 칠레공산당 후보와 강성 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 간 맞대결로 펼쳐졌다.
두 후보는 1차 투표 때 각각 26.85%와 23.9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칠레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득표율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을 치른다.
칠레공산당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도좌파 성향 여당 지지를 받는 이정표를 쓴 하라 후보는 가브리엘 보리치 현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2022∼2025년)을 지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 권리 강화, 국영 리튬회사 영향력 강화 등이 그의 주요 공약이다.
두차례 낙선(2017·2021년)에 이어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선 카스트 후보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 군부 정권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 필요성을 주장했던 정치인이다. 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으며, 형은 피노체트 정권 장관이었다. 카스트는 불법(서류 미비) 이민자 대량 추방, 대규모 교도소 건설, 리튬 산업 민영화 등을 약속했다.
엘메르쿠리오·라테르세라·비오비오칠레 등 현지 언론은 극우주의자라고도 묘사되는 카스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차 선거에서 중도·보수파 후보 3명에게 분산된 표가 카스트 후보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칠레 대선에서는 온건한 이민자 대응에 대한 반감, 더딘 성장률에 대한 실망감, 치안 강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야당의 좌파 집권당 심판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현지에서는 분석했다.
실제 수치상으로 칠레 살인율은 지난 2년간 하락했으나, 데이터가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유입으로 비롯된 주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카스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최근 중남미에서 관찰되는 우파 집권 흐름인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볼리비아 등지에는 범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 있다.
칠레 새 대통령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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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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