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에 반발했던 검사장급 검찰 간부들이 법무부의 좌천성 인사 발령으로 밀려났다. 법무부는 오늘자로 시행한 인사에서 박혁수 대구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등 세 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정유미(검사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대전고검 평검사로 사실상 강등됐다. 검찰 내부에서 ‘입틀막(입 틀어막기)’을 위한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인사 발령이다. 좌천당한 검사장들은 지난달 검찰 지휘부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애초에 논란을 키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묻고 싶다. 검찰의 항소 계획을 보고받고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결국 항소 포기를 결정한 노만석 검찰총장대행이야말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논란을 촉발한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 이후 노 대행은 스스로 물러났지만, 정 장관은 “외압이나 지시는 아니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되풀이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항소 포기의 부당함을 호소한 검사들보다는 항소 포기를 지시하고 결정한 이들이어야 한다.
이번 검찰 인사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미 검사장은 지난 12일 정성호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 검사장은 “인사권의 껍질만 둘러쓴 사실상 중징계 처분”이라고 반발했다. 박현철·김창진 검사장은 검찰 내부망에 “검사는 절대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선 안 된다”는 글을 남기고 사의를 밝혔다. 정부는 공무원법에서 ‘복종의 의무’를 폐지하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진행 중인데, 이번 검찰 인사는 이와 상충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검찰을 포함한 공무원 조직에 진짜 보내고 싶은 메시지는 무조건 복종과 침묵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이번 검찰 인사를 둘러싼 진통을 단순히 검찰 내부 문제로 보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대장동 개발비리 일당에게서 7000억원대 범죄수익을 돌려받을 길을 스스로 차단한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과 법무부의 신뢰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적 실망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정부가 항소 포기에 반발했던 검사들에게 ‘보복성 인사’까지 하면서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면 그 이유와 배경이 뭔지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