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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 위기 난맥상'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 연기 결정

연합뉴스

2025.12.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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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앙위, 내년 4월 개최예정이던 9차 대회 무기한 연기 결정 극심한 경제난·美제재 강화 등 영향 가능성…향후 일정 '미정' 과거 구소련 붕괴 후 14년 만에 개최 전력…'카스트로' 영향력은 여전
'복합적 위기 난맥상'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 연기 결정
당중앙위, 내년 4월 개최예정이던 9차 대회 무기한 연기 결정
극심한 경제난·美제재 강화 등 영향 가능성…향후 일정 '미정'
과거 구소련 붕괴 후 14년 만에 개최 전력…'카스트로' 영향력은 여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쿠바에서 '카스트로 시대' 폐막 후 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공산당 전당대회가 전격 연기됐다.
소비에트 연방 체제 붕괴 이후 봉착한 경제난 속에 2000년대에 전당대회를 10년 안팎 열지 못한 적 있는 쿠바의 이번 연기 결정은 현재 당면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바 대통령실은 14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당 중앙위원회는 전날(13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내년 4월 개최 예정이던 9차 전당대회 개최를 미루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 설명에 따르면 전당대회 연기 논의는 라울 카스트로(94) 육군 대장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동생이다.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관련 제안서에서 라울 카스트로는 "불가항력적 사정이 없는 한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당 지도부 입장을 옹호하지만, 지금은 국가 가용 자원과 당 간부의 노력을 당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라면서 "2026년에는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문제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이 판단을 "후퇴"로 볼 수 없다면서, "공산주의 사회 진전을 공고히 할, 더 나은 결실을 보게 할 조건이 무르익게 하는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는 일당 체제인 쿠바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쿠바 공산당 당헌·당규 요약을 보면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중앙위원회에서 특별 소집을 결정할 때도 열릴 수 있다.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는 1975년 1차 대회 이후 1980년(2차), 1986년(3차), 1991년(4차), 1997년(5차) 등 거의 5년에 한 번 열렸다.
다만, 6차 대회의 경우 1991년 12월 구소련 붕괴 여파로 맞닥뜨린 극심한 경제난에 예정됐던 2002년보다 9년 뒤인 2011년에 진행됐다. 1997년 5차 대회 이후로 계산하면 14년 만이었다.
이후 2016년(7차)과 2021년(8차)에 모여 경제·사회 정책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중 직전인 8차 전당대회에서는 미겔 디아스카넬(65) 대통령을 새 지도자로 선출하면서,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62년 만에 처음으로 '카스트로' 아닌 인물을 쿠바 최고 권력자에 올렸다.

이에 따라 9차 전당대회에서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신의 당·정부 관리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라울 카스트로의 제안에 따른 연기 결정으로 쿠바 지도부 내에서는 여전히 카스트로의 막후 영향력이 공고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스트로는 2021년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라울 카스트로의 제안에 따른 전당대회 연기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론 최근 쿠바에 드리운 총체적 난맥상에 따른 디아스카넬 정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쿠바 경제는 관광산업 위축, 베네수엘라 등 우방국으로부터의 원조 감소, 비효율적 국영 경제 체제 시스템 등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2월과 올해 2월 연합뉴스에서 직접 살펴본 쿠바 주민들의 일상에는 생필품·연료 부족과 유통망 붕괴 속에 식량 배급제로 해결할 수 없는 고충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잦은 정전도 여전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강화한 대(對)쿠바 제재로 경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진 바 있다.
쿠바 공산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통상 당의 경제·사회 모델에 대한 개념을 정교화하고 향후 5년 간의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해 온 점을 고려할 때, 민생고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찾기 전 전당대회를 열기 어렵다는 당 지도부 고심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쿠바 공산당에서 9차 전당대회를 언제 열지는 미지수다. 쿠바 대통령실은 향후 일정에 대해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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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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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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