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유라시아 양끝이지만 가치 공유"…첫 한·영 고위급 논의장 열린다

중앙일보

2025.12.14 12:00 2025.12.14 12: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 있지만, 가치를 공유하는 두 나라입니다. "

지난 10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과 영국의 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영국이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영 고위급 포럼(UK–Korea High Level Forum)’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지난 3~4년간 국방·안보부터 과학기술, 에너지, 기후변화, 무역과 투자에 이르기까지 양국 정부 간 협력은 건강했지만, 이제는 관계를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는 15~16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영국 외교부 산하 기관 윌튼 파크가 주최하고 주한영국대사관과 현대자동차가 주관하는 비공식 고위급 민관 협의체 회의다. 카니슈카 나라이언 영국 AI 및 온라인 안전 담당 장관을 비롯해 양국의 정·관계, 산업계,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한다. 격상된 양국 관계 속에서 기존 정부 간 대화 채널을 보완해 보다 폭넓은 논의를 끌어내기 위해 기획됐다.

양국은 지난 2023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크룩스 대사는 “이번 포럼은 정부 간 협의를 넘어 정부 밖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담아내는 시도”라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제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깊이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요 의제는 방위산업과 인공지능(AI), 소프트 파워다. 크룩스 대사는 “AI는 방산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 가능한 유용한 도구”라며 “영국은 AI에 친화적인 규제 환경과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고 있으며,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 수가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경쟁력에서 세계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국의 상호보완적 역량이 결합하면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방산 협력과 관련해서는 2년 전 체결된 방산 수출 공동협력 합의를 언급하며 “공동 개발과 제3국 진출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룩스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공조한 것을 보면 유럽의 안보와 (한국이 포함된) 인도·태평양 안보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안보가 양국 공동의 과제가 된 만큼 방산 협력의 여지도 크다고 진단했다.

K팝 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이 지난 2023년 11월 22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 궁에서 열린 대영 제국 훈장 명예 훈장(MBE) 수여식 후 훈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울러 크룩스 대사는 양국 간의 소프트 파워를 “슈퍼파워”라고 치켜세우며 “런던에서는 블랙핑크가 공연했고, 서울에서는 콜드플레이가 공연했을 만큼, 서로의 문화를 향한 관심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다른 주제들이 만나 부딪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며 “이런 융합이야말로 혁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 성장’이다. 크룩스 대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민주주의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려면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경제 성장은 국제 협력을 통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점도 언급하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양국이 서로를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인식하는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