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쌀 품종 시식회 하루 필요 에너지 40% 채워주는 쌀 알찬미·참드림·일품 등 종류도 다양 한 달 내 소비하는 소포장 제품 좋아
“이 밥은 윤기가 돌면서 부드러워 아이들에게 먹이기 좋겠어요.” “전 밥알이 좀 더 단단한 쪽이 낫던데요. 씹는 맛이 살아 있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 금남면의 한 카페. 문을 열자 커피향 대신 갓 지은 밥의 구수한 냄새가 밀려왔다. 6가지 밥이 놓인 테이블을 앞에 두고 시식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숟가락을 들어 차례로 밥을 맛본 뒤 느낀 점을 적어 비교하고 취향대로 순위도 매겼다. 각 쌀에 어울리는 요리를 먹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소비자 선호 고품질 쌀 품종 시식회’ 현장이다.
이날 행사는 쌀 품종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시식회를 기획한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권준엽 사무관은 “과거 쌀 선택의 주된 기준이 ‘가격’이었다면 최근에는 ‘맛’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맛을 결정 짓는 품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낮은 편이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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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고르듯 쌀도 품종 따져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에너지를 책임지는 탄수화물의 주된 공급원이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30~40%를 쌀에서 얻을 정도다. 또 쌀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성장과 발육 촉진, 두뇌 발달,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고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빈혈·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쌀을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된 만큼 품종도 다채롭게 진화했다. 이제는 커피 원두를 고르듯 쌀도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시대다. 이번 행사에서도 품종별로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알찬미·참드림·일품이다.
마이크를 잡은 ‘쌀 큐레이터’ 김동규 동네정미소 대표는 “경기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알찬미는 밥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슬고슬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라고 했다. 잘 어울리는 음식은 찌개, 조림 등 자작한 국물류다. 참드림은 찰기가 더 강하고 구수한 밥 향이 으뜸인 품종이다. 가장 한국적인 밥맛에 가까워 가정식 백반에 곁들여 먹길 권한다. 비빔밥처럼 다양한 나물과 섞어 먹기에도 좋다. 일품은 찰기가 뛰어나고 밥알을 씹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이 높은 편이다. 라이스밀크(쌀을 이용해 만드는 우유)용으로 적합하다.
개성이 돋보이는 품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밥알을 씹을 때 느껴지는 단맛이 인상적인 새청무는 김밥용, 소스에 버무려도 밥알이 잘 뭉개지지 않는 오대는 카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영호진미는 쌀의 외형이 잘 유지돼 뜸 들일 때 온도 변화에 민감한 냄비 밥 등에 제격이다.
각 품종의 장점을 온전히 느끼려면 올바른 쌀 구매 기준을 따르는 게 좋다. 이날 행사에서는 좋은 쌀을 고르기 위한 기준도 함께 안내했다. 김 대표가 전한 핵심 원칙은 생산연도와 도정일 확인하기, 소포장된 제품 사기 등이다. 김 대표는 “쌀도 결국 신선식품이라 가급적 바로 생산된 게 좋다”며 “또 시간이 지나면 쌀의 맛과 영양이 떨어지고 보관 상태에 따라 빨리 산패될 수 있는 만큼 한 달 이내에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소포장된 제품을 선택하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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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구매 때 생산연도·도정일 확인
도정일이 중요한 이유는 보통 도정 후 2주 이내에 밥을 지어야 가장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가장 최근에 도정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쌀알의 상태 역시 중요하다. 쌀알이 상당 부분 부서져 있으면 조리 중 녹말이 새어 나와 밥이 질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 직접 고를 때는 금 간 쌀이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포장된 제품은 투명창으로 쌀알 상태를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는 한식 경연대회 우승자인 임성근 셰프가 품종별 특성을 살린 요리를 선보였다. 참드림은 비빔밥, 알찬미는 간장제육 덮밥용으로 활용했고, 일품으로는 육회주먹밥을 완성했다. 참가자들은 내놓는 접시마다 싹싹 비워내며 만족감을 표했다. 권 사무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찰기, 향 등 각 품종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경험했길 바란다”며 “단순한 맛 비교를 넘어 우리 쌀 산업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