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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매해 연말 번화가 곳곳에 나타나는 붉은 냄비의 정체는

중앙일보

2025.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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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동전 넣고 NFC 태그하고
따스한 마음 전하기 생각보다 쉽답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복지 사각지대 및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기부 물결이 이어집니다. 특히 추위가 찾아올 때쯤 딸랑, 딸랑 거리의 인파 사이로 청량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붉은 방패 아래 놓인 붉은 냄비로 눈길이 쏠리죠. 올해도 어김없이 번화가 곳곳에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보입니다. 번화가에 방문했다가 쉽게 기부해볼 기회가 되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구세군에 대해 살펴보고 자선냄비 자원봉사에 직접 참여하며 기부의 힘을 느껴봤습니다.
김수민·임태연·서진하(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자선냄비 모금으로 알려진 구세군에 대해 살펴보고 자선냄비 자원봉사에 직접 참여하며 기부의 힘을 느껴봤다.


구세군역사박물관에서 살핀 나눔의 발자취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부의 손길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요.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여전히 힘차게 울려 퍼집니다. 이 빨간 냄비와 종소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김수민·서진하·임태연 학생기자가 서울 중구에 있는 구세군역사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에 의해 창립된 개신교단이며, 현재 세계 134개국에서 인종·종교·지역을 초월하여 나눔과 돌봄 활동을 전개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이기도 합니다. 1908년 국내에서 선교를 시작한 한국 구세군은 민족의 고난과 함께하면서 낮은 곳을 돌보는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죠.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구세군역사박물관은 2003년 한국 구세군 선교 95주년을 기념하여 개관했죠.
한국 구세군 선교 95주년을 기념하여 개관한 구세군역사박물관에서는 그 역사를 볼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담은 건물부터 인상적인데요. 구세군역사박물관이 있는 건물은 1928년에 완공된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로 2002년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된 역사문화유산입니다. 또한 1928~1985년에는 신학대학인 ‘구세군사관학교(현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건물로 사용하기도 했죠. 1959년부터는 ‘구세군중앙회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하며, 2019년 본관·별관 리모델링 시 박물관을 테마별 전시관으로 재탄생시킴과 동시에 복합문화공간 ‘정동1928 아트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트도 제공하고 있어요.
구세군에 관한 미디어를 비롯해 홍보대사들이 담긴 포토월을 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박물관 입구에는 구세군의 설립자인 윌리엄·캐서린 부스 부부 모형이 서 있습니다. 황선엽 관장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도시 빈민들이 늘어나자 동부 런던의 빈민촌에 교회를 세우고 실업과 기아, 무주택에 내몰린 빈민을 도우며 선교했어요”라고 설명했죠. 빈민 구호 활동에 신속성과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스 부부는 당시 가장 근대적 조직이었던 영국 육군을 본떠 1878년 ‘군’을 자칭하고 군 형태로 조직을 개편했다고 해요. 구세군 성직자들은 ‘사관’으로 불리며, 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죠. “구세군은 성평등을 추구합니다." 다른 개신교 종파와 달리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부부가 동시에 목사 안수를 받고 남녀가 같은 선상에서 동일한 일을 합니다.

1909년 7월 1일 창간호가 발행된 구세군의 기관지인 ‘구세신문’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전시물도 보였어요. ‘구세신문’은 타블로이드판 8면, 4호 활자로 매월 1일에 발행되었으며 현재는 ‘구세공보’로 명칭을 바꿔 나오고 있죠. 국내에서 지속 발행되는 신문 중 가장 오래된 신문입니다.
실베스터 태극기(왼쪽)와 독립만세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한 구세군 평신도와 사관들을 만날 수 있다.

독립운동가 순교자관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국내·외에서 독립만세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한 구세군 평신도와 사관들, 한국전쟁 당시 숭고하게 희생된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죠. 1919년 3월 10일 100명의 학생과 함께 파주지역 최초의 독립만세운동을 시작한 여성 지도자 임명애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남편 염규호와 함께 구세군으로 활동했죠. 서대문형무소 8호 여옥사에서 유관순 열사와 함께 수형 생활을 하며 동지애를 나누며 유관순의 마지막 임종 순간을 지켰던 임명애는 현재 파주의 유관순으로 알려지며 그 이야기가 뮤지컬로 제작돼 새롭게 조명되기도 했습니다.
파주 독립운동 격문을 인쇄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텐실 등사기.

파주 독립운동 격문을 인쇄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텐실 등사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등사기는 같은 글이나 그림을 다량으로 찍어내기 위해 등사 원지(스텐실)를 줄판 위에 놓고 필요한 글·그림을 철필로 긁거나 그린 후, 틀에 끼워 그 위를 등사 잉크를 바른 롤러로 밀어서 찍어내는 방식의 인쇄기죠. 찰스 실베스터(설보덕)의 딸 조안과 남편 제프 페리 사관이 한국 구세군 100주년을 기념해 기증한 실베스터 태극기도 놓칠 수 없는데요. 1910년 찰스 실베스터 선교 사관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새문길(현재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거리에서 입수한 태극기로, 고종이 1883년 3월 6일 태극과 괘로 이루어진 국기를 제정 공표하면서 제작 방법과 규격을 명시하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태극기가 제작됐던 터라 현재의 태극기와는 다른 모양이죠.
악기전시관에는 영국식 브라스밴드로는 한국 최초로 조직된 것으로 알려진 구세군 악대가 사용했던 다양한 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은 알토혼.

사회봉사 나눔관에서 1897년 남한 최초의 맹인점자교육과 불우소녀의 집을 기원으로 시작된 구세군의 다양한 사회복지사업과 사회정의 운동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악기전시관에서 영국식 브라스밴드로는 한국 최초로 조직된 것으로 알려진 구세군 악대가 사용했던 100년이 넘은 다양한 악기와 희귀 악보도 관람했죠.
자선냄비의 역사와 관련 유물을 보존한 자선냄비 체험관에는 구세군 자선냄비 종도 만나볼 수 있다.

자선냄비의 역사와 관련 유물을 보존한 자선냄비 체험관에는 실물 자선냄비가 설치돼 봉사활동하듯 종을 흔들고 구세군 기부 키오스크에서 모금에 참여할 수도 있었습니다. “배경사진은 명동 모습이고 왼쪽엔 1960년대 자선냄비, 오른쪽은 밀레니엄 시대 2000년대 자선냄비로 꾸몄어요.” 구세군에 관한 영화·뮤지컬·노래 등을 알아볼 수 있게 배치하고, 구세군 홍보대사들도 볼 수 있는 포토월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선 대통령 부인들이 다 구세군 자선냄비 홍보대사였어요. 우리나라도 김연아·홍명보 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홍보대사로 활동했죠.”
기부 문화의 상징이 된 구세군과 자선냄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구세군역사박물관을 방문한 서진하·임태연·김수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자선냄비 체험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선엽 구세군역사박물관장 미니 인터뷰

구세군역사박물관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황선엽 관장에게 구세군과 기부 문화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구세군역사박물관을 방문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황선엽(왼쪽) 관장과 함께 1908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한 한국 구세군에 대해 살펴보고 구세군의 역사와 기부 문화 등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태연: 구세군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구세군이 하는 일은 어떤 게 있나요.

복음을 통한 영혼 구원과 사회봉사 사회복지를 통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일들을 하고 있죠. 흔히 자선냄비 운동, 그 모금하는 것만 생각하시는데 크게 7개 영역으로 나눠 나눔·봉사·복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먼저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 또 버려진 아이들, 가정이 해체돼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보호하고 케어하고 있죠. 두 번째로 여성과 다문화 영역에서 다양하게 돌봄과 복지가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세 번째로 노인과 장애인 영역에서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많은 돌봄이 필요한 부분과 장애인 교육·재활·취업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합니다. 네 번째는 커뮤니티 케어라고 지역사회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제들을 돌보고, 글로벌 파트너십이라고 하는 해외 프로그램으로 해외 불우한 청소년들과 심장병 청소년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심장 수술해 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또 긴급구호라고 재난 지역에 구세군 트럭이 찾아가 이재민들을 돌보고 구호 물품 등을 제공하죠. 마지막으로 소외 및 불평등 완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캠페인과 인식 개선 활동을 실천하고 있어요.
1908년 국내에서 선교를 시작한 한국 구세군은 민족의 고난과 함께하면서 낮은 곳을 돌보는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수민: 구세군 자선냄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영어로는 크리스마스 케틀(Christmas Kettle), 레드 케틀(Red Kettle)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모금 운동이 시작된 건 올해가 97년째예요. 3년 있으면 100년 되죠. 우리나라의 자선 민간 모금 운동으로 가장 오래 지속 중입니다. 자선냄비는 미국에서 시작됐어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세군 사관 조세프 맥피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말 구호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젊은 시절 영국 리버풀 항구에서 가난한 선원들을 돕기 위해 큰 무쇠 냄비를 걸어두고 동전을 모으던 일종의 ‘기부냄비’를 떠올렸죠. 샌프란시스코 부두에 삼발이를 세우고 “이 솥을 끓게 합시다(Keep the pot boiling)”라고 적어 모금을 시작한 것이 자선냄비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흉년과 가뭄, 홍수 피해가 심각했던 1928년 12월 성탄절을 중심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20개소에서 처음 진행했죠. 그해 모금된 금액으로 급식소를 차려 매일 약 130명의 걸인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했고, 이후 소녀원(혜천원)과 소년원(후생학원)을 마련해 헐벗은 아이들이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돌봤죠. 자선냄비 모양도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지금 자선냄비 전시실에 있는 모양이 일정한 형식으로 고정됐어요.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녹슨 냄비를 보고 마음이 아팠는지 2003년 독일의 유명한 냄비 회사인 휘슬러에서 사회공헌으로 자선냄비를 기증했는데요. 휘슬러코리아에서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새롭게 만들어주고 해요.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나라에서 1928년 12월 성탄절을 중심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20개소에서 처음 진행했다.

진하: 해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모금액의 차이가 많이 나나요. 모금 활동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 발전과 더불어 모금액은 올라가고 있어요. 어떤 특정 해를 따지면 업 앤 다운이 있죠. 통상 12월 1일께부터 12월 31일까지 모금을 하는데, 큰 흐름에서는 80년대 같은 경우는 전체 모금액이 한 5~6억원에서 7~8억원 정도였고, 현재는 20억원까지 모금이 되죠. 2020년엔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및 현금 사용 감소 영향으로 거리 모금액이 감소했는데,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돼 최근 3년은 약 20억원대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요. 시민들의 연말 나눔 참여도 꾸준합니다. 보통 두 사람이 2시간씩 자원봉사를 하는데 저 같은 경우 학생 때는 하루 두 번씩도 하고 어떨 때는 온종일 할 때도 있었어요. 2시간 하고 실내 쇼핑센터에서 몸을 녹였다가 또 나가기도 했죠. 자원봉사자도 종을 울리면서 올해는 좀 따뜻하다, 올해는 썰렁한데 이런 사회 분위기를 좀 느끼지만, 특별한 사회 이슈가 있다고 급격히 모금액이 줄지는 않아요. 우리 한국 사회는 아직 함께 나누려고 하는 마음이 다들 있답니다. 다만 코로나19 전후로는 자원봉사자가 좀 부족해요. 봉사 인증도 해주니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민: 연말이 아닌 다른 시기에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구세군의 모금 운동은 연중 지속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홈페이지에 가면 기업 후원이 있고, 또 일반인들도 후원금을 보낼 수 있죠. 지정 기부라는 걸 할 수도 있어요. 여러 영역 중 기금의 목적을 지정해서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원하는 곳에 할 수 있고, 그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찾아가는 자선냄비라고 원하는 유치원·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어린이 나눔교육을 하고 어린이들이 직접 자선냄비 기부에 동참하며 건강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움도 주죠. 전체 모금은 기업 모금을 포함하면 100억원 정도로, 아까 말한 7개 영역을 돌보는 데 사용합니다.

1908년 국내에서 선교를 시작한 한국 구세군은 민족의 고난과 함께하면서 낮은 곳을 돌보는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태연: 사람들이 현금을 잘 안 갖고 다녀 카드 기부 방식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바뀌어 가는 또 다른 기부 문화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온라인으로 계좌 이체 정도였으면 지금은 이제 신용카드, QR코드, NFC(근거리무선통신) 스마트폰 태그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겼죠.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에 NFC 기반 기부 시스템이 처음 도입됐는데, 스마트폰을 모금판에 한 번 태그하는 것만으로 앱 설치 없이 14초 안에 기부가 가능하죠. 또 요즘은 나이가 드신 분들이 돌아가실 때 유산을 공적 단체에 기부하는 유산 기부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기부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기업들이 사회공헌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요. 우리나라 기부 문화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거죠.

황선엽 구세군역사박물관장

진하: 요즘 기부 분위기가 많이 사그라든 것 같아요. 소년중앙 독자 또래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기부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부가 좀 어렵다 그러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따뜻하고 나름대로 다 뭔가를 하고 계세요. 다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1년 또는 2년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게 학생들한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루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은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또는 용돈 중에서도 최소한 어느 정도를 절약해서 금액으로 나눌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 보세요. 이웃에게 따뜻한 말과 격려, 위로의 말을 전해주는 것도 아름다운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삭막해지는 시대에 나와 접촉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격려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고요. 그 후 여러분의 형편과 시간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친구랑 같이 봉사활동을 한번 가보세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에요. 청소년들이 지금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데, 그 목표의 궁극적 의미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것이죠. 지금부터 여러분이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가는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면 더 행복해지고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자선냄비 모금에 꼭 필요한 케틀메이트가 되다
구세군은 자선냄비 시종식으로 모금 활동을 개시하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성금을 모으는데요. 올해는 11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종식을 열고 전국 300여 곳에서 붉은 종을 흔들 예정이에요. 몸과 마음이 추워지는 계절, 소중 학생기자단이 작게나마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첫눈이 온 지난 12월 4일, 서울 명동 중심가에 있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근처에 도착하자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종소리가 들렸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빨간색 롱패딩으로 갈아입고 ‘케틀메이트’로 변신했죠. 냄비를 뜻하는 ‘케틀(Kettle)’과 친구를 뜻하는 ‘메이트(Mate)’가 합쳐진 단어로 자선냄비에 빠트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승현 사관학생 옆에 선 수민·진하·태연 학생기자가 종을 손에 쥐고 딸랑, 딸랑 흔들었죠. 이 사관학생이 “손목 스냅을 이용해 2~3초 간격으로 흔들면 된다”고 조언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케틀메이트’로 변신해 이승현(왼쪽 두 번째) 사관학생의 도움을 받아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에 참여했다.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밝은 표정을 짓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 때문인지 웃음은 자꾸 숨어버리고 종은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죠.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소년중앙에서 우리 대한민국 청소년 학생들이 자선냄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학생들이 따뜻한 나눔 문화를 배우고자 자선냄비와 함께하는 가운데, 모금 활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분 많이 동참해 주십시오. 자선냄비는 우리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나눔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하십시오.” 이 사관학생의 끊임없는 멘트에 소중 학생기자단의 종소리도 쉬지 않고 울렸습니다.


체험 전 모금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얼마 있지 않아 첫 모금자가 나타났죠. 저절로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왔어요. 최근 외국인의 방문이 더 늘어난 명동답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많이 지나갔죠. 구세군에 관해 물어보고 기부하는 관광객도 있었습니다. 또 구세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죠. 케틀메이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민망해하던 소중 학생기자단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미소를 띄며 촬영에 나섰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빨간 냄비에 맞춘 빨간 롱패딩을 입고 ‘케틀메이트’로 변신해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에 참여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선냄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고, 차가웠던 자선냄비에 한 푼 두 푼 온정이 담겼습니다. 팍팍한 살림 속에서도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을 생각하는 이들은 많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 사관학생에게 “모금하면서 힘든 점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우선 추위와 좀 싸워야 하고요. 추운 거 말고는 딱히 힘든 건 없어요. 사실 이 모금함에 돈을 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 이런 온정의 손길이 남아 있구나 볼 때마다 감동을 느끼고요. 대단하다 생각하고 존경의 마음이 듭니다. 또 모금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면 제 생각에 되게 부유하신 분들보다는 비슷한 처지에 있으시거나 조금은 연세가 있으신 우리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아픔을 아시는 분들께서 많이 동참해 주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감동하죠.”


1시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했는데요. 구세군 관계자는 “오늘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하고 있어서 더 기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케틀메이트로서 제 몫을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죠. 임무를 마치자 입에서는 “너무 추워요” “뿌듯해요”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등의 말이 쏟아졌지만, 마음속에는 기부와 나눔 문화에 대한 따스한 감정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학생기자단 캐틀메이트 체험기

김수민 학생기자

겨울이 되면 종종 보이던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치며 모금 활동을 직접 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비록 춥고 힘들었지만 이런 행동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보람도 있었고, 매년 겨울마다 추위를 잊고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도 대단하다고 느꼈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기부금을 넣는 모습을 보며,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으로 거리에서 빨간 냄비를 보면 오늘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떠오를 것 같아요. 소중 독자 여러분들도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자선냄비가 보이면 소액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보는 건 어떨까요.
- 김수민
서진하 학생기자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던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를 직접 해보니 매년 연말 추운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길을 다니는 사람들이 후원을 잘 안 해주시면 힘이 더 빠졌을 수도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후원해 주시니 힘이 많이 나고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죠. 또 기부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부유한 분들도 있겠지만 후원을 받는 분들과 비슷한 처지임에도 기부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여 더욱 감사했고, 저 또한 앞으로 어떻게 봉사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가 생겨 좋았습니다.

- 서진하
임태연 학생기자

자선냄비를 볼 때마다 냄비를 지키는 분은 구세군 단체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도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봉사해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처음에는 명동 사거리 가운데에서 종을 들고 서있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 함께해 주신 사관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특히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았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내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지게 느껴졌고, 또 자신을 반성하게 했죠. 나중에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면 조금의 금액이라도 후원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그저 후원의 의미로만 알던 구세군을 깊이 알 수 있어서 즐거웠고 앞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임태연

구세군 자선냄비 찾아보기
첫 기부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소중 독자들을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가 있는 대표적인 장소를 공유합니다.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중구 명동길 35)
반포지하상가(서초구 신반포로 200 고투몰 중앙광장)
사당역(동작구 동작대로 3 4호선)
상봉역(중랑구 망우로 297 7호선)
새절역(은평구 증산로 400 6호선)
서대문역(서대문구 통일로 126 5호선)
서울역광장(용산구 한강대로 392)
수서역(강남구 광평로 270 3호선)
영등포 롯데1(영등포구 영등포동 경인로 846)
을지로3가역(중구 을지로 106 2호선)
잠실 롯데월드(송파구 올림픽로 240 트레비분수)
천호동 이마트 앞(강동구 천호대로 1017 이마트천호점)
청량리역 광장(동대문구 왕산로 214)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강남구 테헤란로 517)
강서대학교(강서구 까치산로24길 47)
대림역(영등포구 도림로 137 대림역 7호선)

경기도
광교롯데아울렛(수원시 영통구 도청로 10 롯데몰 광교점)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앞(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1436 그랜드백화점일산점)
미군부대앞(평택시 쇼핑로 14)
범계역(안양시 동안구 동안로 130 뉴코아 아울렛)
부천역 남부광장(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부천로 1-1)
분당서현역AK플라자(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360번길 42)
산본광장(군포시 산본천로183번길 6)
삼미시장(시흥시 삼미시장2길 40)
수내역(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200번길 45 2번 출구)
수원팔달문 앞(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780 팔달문)
안성 서인 사거리(안성시 서인동)
양평농협중앙점(양평군 양평읍 양평시장길 21 양평농협)
여주한글시장 앞(여주시 창동 63-5)
이마트 오산점(오산시 경기대로 181 오산이마트)

강원도
영월 농협본점(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40 영월농협)
자유(중앙)시장입구(원주시 중앙시장길 11 자유시장)
속초중앙시장입구(속초시 중앙로147번길 12)
월화거리(강릉시 경강로 2111)
동철원농협(철원군 삼부연로 17)

경남
우리은행 진주지점(진주시 진주대로 1063 우리은행)
진해 중앙시장 입구(창원시 진해구 벚꽃로 72)
창동시장 눈꽃거리(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32)

경북
NH농협은행 구미지점(구미시 문화로 7)
경주홈플러스(경주시 공단로 97 홈플러스)
그랜드애비뉴(포항시 남구 중흥로 77 1층 롯데리아 포항에비뉴)
김천 이마트(김천시 시청로 75 이마트)
안동문화의거리(안동시 삼산동 112-3)
영해만세시장(영덕군 영해면 예주시장5길 20-27)
진보시장,안동문화의거리(청송군 진보면 진안남2길 5)

광주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구 무진대로 904)
충장로우체국(동구 충장로 94)

대구
CGV 대구광역시한일(중구 동성로 39 씨네시티 한일)
동대구역 3번 출구(동구 신암동)
동성로 분수대 앞(중구 동성로3가)
수성동아백화점(수성구 지범로 191 동아백화점수성점)
칠곡 홈플러스(북구 동암로12길 8 홈플러스칠곡점)

대전
대전복합버스터미널(동구 동서대로 1689)
대전역 동광장(동구 소제동 291-1)
성심당(중구 대종로480번길 15)
전민동엑스포코아(유성구 엑스포로 488 엑스포코아)

세종
홈플러스 세종점(절재로 154)

부산
경성대부경대역(남구 수영로 324)
남포동 거리(중구 광복로 33)
동래역(동래구 중앙대로 1324)
서면 지하상가(부산진구 중앙대로 717 대현프리몰부산)
자갈치역 5번 출구(중구 구덕로 80)

울산
울산 롯데백화점(남구 삼산로 288 롯데백화점울산점)

인천
동인천역 지하상가(중구 참외전로 121)
부평문화의 거리 입구(부평구 부평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연수구 송도국제대로 12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전남
광양 홈플러스(광양시 항만11로 70 삼성홈프러스광양점)
롯데아울렛 남악점(무안군 삼향읍 남악로162번길 80)

전북
군산이마트(군산시 구암3.1로 137)
세이브존 전주코아점(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262-6 세이브존 전주코아점)
순창농협 본점(순창군 순창읍 순창2길 25)
익산역 앞(익산시 익산대로 153)

충남
공주종합시외버스터미널(공주시 신관로 74)
논산 성신약국 앞(논산시 해월로 165)
보령우체국(보령시 터미널길 29 보령우체국)
서산 동부전통시장(서산시 안견로 190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천안역(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39)

충북
충주버스터미널(충주시 봉계1길 49 충주공용버스터미널)
하나로마트 청주점(청주시 상당구 무농정로 32)

동행취재= 김수민(서울 원촌중 1)· 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 임태연(서울 신명중 1)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수민·임태연·서진하(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자선냄비 모금으로 알려진 구세군에 대해 살펴보고 자선냄비 자원봉사에 직접 참여하며 기부의 힘을 느껴봤다.
연말이 되면 우리 주변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아시나요. 재난 피해자, 아이들, 여성들을 위해 헌신하는 구세군에 대해 오늘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구세군 활동이 단순한 모금 행사가 아닌 오래된 역사와 의미를 가진 활동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지요. 참, 구세군 자선냄비 기부는 현금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휴대전화로도 가능해서 놀랐고, 연말이 아닌 1년 내내 원할 때 언제든지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여러 방법을 통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김수민(서울 원촌중 1) 학생기자

돈과는 상관없는, 일부러 자신의 시간을 들여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도와주는 봉사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세군의 역사와 100여년 전 선교사들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이야기, 우리들의 궁금증에 친절하게 답변해주신 관장님 덕분에 더욱 집중해서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했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 서진하(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처음에 자선냄비로만 알고 있던 구세군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구세군이 여성, 장애인, 다문화 등 여러 취약 계층과 분야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또 자선냄비 모금할 때 굳이 ‘냄비’를 쓰는 까닭도 궁금했는데요. 1891년 조세프 맥피에 의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시작되면서 냄비를 활용한 성탄절 모금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해요. 덕분에 남을 위한 작은 행동이 나중에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아이디어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죠.
- 임태연(서울 신명중 1) 학생기자



한은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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