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고발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김 의장이 전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비즈니스 일정”을 이유로 17일 열리는 과방위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데 따른 조치다.
이날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대형 사고 앞에서, 쿠팡의 실질 책임자들이 국회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이라며 “쿠팡의 핵심 증인 3인에 대한 고발 조치를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핵심 증인인 김 의장과 박대준 전 쿠팡 대표, 강한승 전 대표의 집단 불출석은 “기업 차원의 조직적인 책임 회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고발은 청문회 직후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과방위원은 통화에서 “17일 청문회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김 의장 출석을 기다려보고 끝까지 안 나오면 그날 고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합당한 불출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과방위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 전 대표와 강 전 대표 등 주요 전직 경영진도 비슷한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쿠팡의 창업자이자 실질적 소유자로 지목되는 김 의장은 한국이 아닌 미국 국적자다. 김 의장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는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김 의장은 2015년 “농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거동이 어렵다. 긴바지를 입을 수 없는 상태”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뒤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한 적이 없다.
과방위가 이날 고발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제 해외 체류 중인 김 의장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방위 관계자는 “고발해도 송장이 김 의장에게 전달될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불출석의 경우 위원회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지만, 국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이 이를 김 의장에게 직접 제시해야 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기자들에게 “실질적 (쿠팡) 창업주가 국회에 와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하길 바라지만 현재 국회 제도 안에서 강제 수단이 없다”고 했다.
쿠팡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방위와 정무위원회 간 온도차도 강제 구인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관할하는 정무위가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정무위는 정보 유출 사태 직후부터 “고발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만 낼 뿐 고발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민주당 정무위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위원장이 고발을 포함한 대응들에 소극적인 모양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무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매출 10% 과징금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3년 이내 반복적으로, 1000만명 이상 피해자가 발생한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매출액 3%가 과징금 상한인 현행법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