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쟁 입찰이 원칙인 30억원 대 국유림을 자격 미달인 부산 기장군의 조계종 사찰 ‘해동용궁사’에 수의 계약으로 넘긴 사실이 15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 4~5월 캠코의 국유재산 관리 실태와 주요 기금 운용 현황을 집중 점검해 지난달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이번 감사는 캠코를 겨냥해 2019년 이후 5년 만에 실시된 정기감사로, 지적 사항의 상당수가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핵심 위법 사항으로 지적한 것은 윤석열 정부 시기 때인 지난해 5월 국유재산 매각 건이다. 국유재산법상 국유지는 경쟁 입찰이 원칙이다. 다만 2012년 12월 31일 이전부터 종교단체가 직접 점유·사용해 온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의 계약이 가능하다.
감사 결과, 캠코는 당시 부산 기장군 소재 국유지(임야 2231㎡)를 해동용궁사 측에 30억695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해동용궁사는 원래 주지 개인이 소유·운영하는 ‘사설 사찰’이었으나, 2021년 9월부터서야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의 말사로 등록됐다. 법적으로 수의 계약의 요건인 ‘2012년 이전부터 점유한 종교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러나 캠코 담당자들은 사찰 창립일(1930년)을 종교단체 설립일로 간주해 매각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필수 절차인 기획재정부 승인을 건너뛰고 본부장 전결로 처리한 사실도 지적됐다.
캠코가 매각한 해동용궁사 인근 부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해안 산책로로 20분을 걸으면 고급 리조트 ‘아난티 앳 부산 빌라쥬’로 이어지는 바닷가를 낀 ‘노른자위 땅’으로 통한다. 지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국유지였음에도, 캠코가 자격 미달 단체에 사실상 특혜성 계약을 줬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유림을 감정가에 맞춰 팔긴 했다”면서도 “다만 담당자들이 관련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바로 이 같은 매각 방침을 정하느라 요건 충족 여부를 아예 들여다보지 않다시피하고 졸속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국유지 관리 전반의 부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무단 점유 상태인 국유지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 73만 필지 중 10.7%에 달하는 7만9086필지가 무단 점유 상태였지만, 이 중 73.4%에 해당하는 5만8019필지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무단 점유자를 파악하고도 변상금 확정 부과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징수하지 못한 금액만 251억원에 달했다.
채권 회수 업무도 소홀했다.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임에도 재산 압류를 하지 않아 채권 소멸시효(5년)를 넘긴 사례가 60건(29억1600만원) 적발됐다. 그중 한 체납자는 외제 차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캠코 직원이 “20년 된 차라 실익이 없다”고 임의로 판단해 압류하지 않았고, 결국 시효가 완성돼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됐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민생 금융 정책으로 2022년 10월부터 운영했던 ‘새출발기금’의 운영상 허점도 지적됐다. 소상공인 재기 지원이라는 취지와 달리, 월 소득 8000만원 등 변제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 차주 1944명에게도 원금의 60% 이상인 총 842억 원을 감면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도덕적 해이를 걸러낼 장치가 미비했단 게 감사원 지적이다. 채무 감면 신청 전후로 가상자산을 1000만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269명(최고 5억7600만원 보유), 가족에게 재산을 증여한 사람이 77명(최고 7억2900만원 증여)에 달했지만, 캠코는 정보 접근 권한 한계 등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이재명 정부의 국유재산 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려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국유 자산 매각 전면 중단을 긴급 지시했다. 이어 “국유재산 헐값 매각은 국기 문란 행위”(11월 11일 수석비서관 회의), “쓸 만한 땅은 다 팔아먹은 것 아니냐”(12월 11일 기획재정부 등 업무보고)며 윤석열 정부의 자산 매각 및 관리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동용궁사 매각 관련자 3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또 새출발기금 운영 및 국유재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통보했다. 캠코 측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며, 국유재산 무단 점유 해소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