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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 원천 차단…300억원 이상 자산 매각, 국회 사전 보고 의무화

중앙일보

2025.12.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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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연 '국유재산 입찰매각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 조정흔 토지주택위원장, 이주현 부동산국책사업팀 간사. 연합뉴스
앞으로 300억원 이상 규모의 정부 자산을 매각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사전 보고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 매각 역시 국회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제도가 강화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방지하고 헐값 매각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자산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여권이 졸속·헐값 매각 사례로 지적해 온 YTN 지분 매각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자산 매각이 개별 부처나 기관의 자체 전결로 추진되면서 졸속 처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의 통제 기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국유재산 처분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 보고하도록 하는 국유재산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기재부는 정부 자산을 단순한 재정 수입원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 공동체, 미래 세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공재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헐값 매각을 원천 차단하며, 공공기관 민영화 역시 국회 논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리 체계 측면에서는 부처와 기관별로 외부 전문가 중심의 심사기구를 구성해 매각 대상을 선정하고 가격의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한다. 특히 300억원 이상 자산 매각은 국무회의를 거친 뒤 국회 상임위에 사전 보고해야 하며, 50억원 이상 매각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심사기구의 보고와 의결을 의무화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이후 최근까지 300억원 이상 정부 자산 매각은 총 51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4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50억원 이상 매각은 330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65%에 달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6일 국유재산 매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캠코의 국유재산 매각액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656억원이었으나 2023년부터 올해(10월 말 기준)까지 총 4787억원으로 7.3배 뛰었다. 감정평가액(감평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은 2020년 110%, 2021년 102%, 2022년 104%로 감정가를 웃돌았으나, 2023년부터는 91%, 2024년 78%, 2025년 74%로 떨어졌다. 뉴시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운용처럼 기관 고유 업무에 따른 상시적 매각 활동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손실 보상 등 법령에 따른 매각은 사후 보고로 대체해 행정 낭비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해 국회 차원의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액 대비 할인 매각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불가피하게 할인 매각이 필요한 경우에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의 사전 의결을 거쳐야 한다. 10억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 필증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감정가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 매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

매각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된다. 입찰 정보는 즉시 온비드에 공개하고, 매각 이후에는 자산 소재지와 가격, 매각 사유 등을 공개한다. 민간 매각에 앞서 지방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이 행정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사전에 검토한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유재산법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하고,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제도 개선은 연내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국회 사전 보고와 할인 매각 금지 조치는 곧바로 적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와 함께 매각 감정가의 적정성을 전수 점검하고 있다”며 “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된 사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계약 해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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