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 한국 내 생산시설에 3억 달러(약 4429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며 국내 시장에서 사업 지속할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와 자산 매각 등을 계기로 재점화한 ‘철수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GM은 15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GM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GM 한국사업장 2026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를 열고 내년 사업 전략과 중장기 투자 방향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주행시험장 내에 새롭게 구축한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의 개소도 공식화됐다.
행사는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주최했으며, 구스타보 콜로시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 브라이언 맥머레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인천 부평구을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정부 관계자와 쉐보레·캐딜락 판매 네트워크,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 대표 등도 참석했다.
한국GM은 이날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글로벌 수요가 이어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생산설비를 최대로 가동하고 추가 투자도 하겠다고 했다. 한국GM은 국내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 능력을 50만대로 제시하며, 이번 3억 달러 투자를 통해 2028년 이후에도 국내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 기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GM은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1330만대를 생산하고 250만대를 판매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주기 역량을 한국에서 더욱 강화해 한국 자동차 생태계와 지역 경제의 장기적 파트너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은 멀티브랜드, 멀티채널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 중 프리미엄 브랜드인 뷰익(Buick)을 국내에 공식 출시하고, 픽업트럭·상용차 브랜드인 GMC도 3개 차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뷰익은 기존 쉐보레 판매 네트워크에서, GMC는 캐딜락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된다.
쉐보레와 캐딜락에 더해 GMC, 뷰익까지 4개 브랜드를 모두 도입하는 것은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를 제외하면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GM은 이를 두고 “한국이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버추얼 엔지니어링랩은 전기 시스템 벤치, 가상현실(VR) 워크업 스테이션 등 사내에 분산돼 있던 10여 개 개발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한 시설이다.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해 온 핵심 프로젝트로, 가상 개발 환경과 실물 주행시험을 연계해 개발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브라이언 맥머레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사장은 “한국은 GM의 미래 엔지니어링을 이끄는 핵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며 “버추얼 센터를 중심으로 가상·실물 통합 개발 체계를 강화해 차세대 모델 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