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소한 마찰에 찍힐라”…‘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추진에 학부모 우려

중앙일보

2025.12.14 22: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제주교사 추모 교권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제주교사 순직 인정과 교권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교권침해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입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고, 교원단체 간 입장도 엇갈리면서 실제 제도 마련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대한 교권침해로 인한 출석정지 등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구체적인 기재 범위와 보존기간 등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교원단체들은 교권침해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교권보호 방안을 확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여부와 이에 따른 조치 등을 결정하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지난해 4234건으로 최근 5년간 4배 가까이 폭증했다.

하지만 교권침해 기재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사와의 갈등이 교권침해로 다뤄져 학교 내의 갈등이 늘어날 수 있고 실제 교권침해 판단시 대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3 자녀를 둔 A씨는 “중·고등학생들은 수행평가나 생기부 작성 등 선생님의 주관적 평가 비중이 높아 현실적으론 교권침해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극히 일부의 이례적 사건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도 “학교 안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아이들과 선생님 간의 작은 갈등도 교권침해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라며 “아이들을 낙인찍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원단체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학교폭력이 학생부에 기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행이나 상해, 성 관련 범죄 등 중대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기록을 남겨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교권침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신중한 입장이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학교폭력이 학생부에 기재되면서 법적 다툼이 늘어난 것처럼 교권침해 기재를 두고도 관련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시 학생부 기재 절차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생의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고, 교권침해 정도에 따라 기재 여부와 기간 등을 설정해 학생 계도 차원의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