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폭스바겐, 독일 공장 폐쇄 결정…창사 88년 만에 처음

중앙일보

2025.12.14 23: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독일 중부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본사의 자동차 주차 타워. AFP=연합뉴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중국 판매 부진과 유럽 수요 둔화, 미국 관세 부담 등으로 현금흐름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6일부터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해당 공장은 2002년 가동을 시작한 소규모 시설로, 지금까지 생산한 차량은 20만대를 넘지 않는다. 이는 폭스바겐의 핵심 공장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연간 생산량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드레스덴 공장은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쇼케이스 성격으로 조성돼 초기에는 고급 세단 페이톤을 조립했다. 2016년 페이톤 단종 이후에는 전기차 ID.3를 생산해왔다.

이번 공장 폐쇄는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다. 당시 폭스바겐 노사는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000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독일 직원 12만명의 약 30%에 해당한다. 노사는 강제 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고령 근로자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방식으로 인력 감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 출품된 폭스바겐의 콘셉트 카. AP=연합뉴스
폭스바겐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스나브뤼크와 드레스덴 공장에서 늦어도 2027년까지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독일 내 연간 생산 능력은 73만4000대 줄어들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 제안을 수용해 임금을 5% 인상하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활용하기로 했다. 휴가수당 축소와 일부 상여금 폐지도 함께 합의됐다. 앞서 사측은 수요 감소에 따른 과잉 생산을 이유로 독일 내 10개 공장 중 최소 3곳 폐쇄와 인력 감축, 임금 10%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는 드레스덴 공장 폐쇄와 관련해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필수적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드레스덴 공장 부지는 드레스덴 공과대에 임대돼 인공지능, 로보틱스,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 캠퍼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해당 프로젝트에 향후 7년간 5000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3분기 10억7000만유로의 세후 순손실을 기록하며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에 빠졌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6%에서 -1.6%로 급락했다.

회사 측은 마진이 낮은 전기차 생산 확대와 미국 관세, 계열사 포르쉐의 전기차 전략 수정에 따른 추가 비용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포르쉐는 배터리 생산 자회사를 청산하는 등 전략 조정 과정에서 3분기 9억7000만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5.4%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연간 최대 50억유로에 달하는 관세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현금흐름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2026년 현금흐름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며, 내연기관차 수명이 길어지면서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총 1600억유로로 설정한 향후 5개년 투자 예산의 배분을 놓고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