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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로, 협업으로, 기호와 상징으로…계속 다시 읽히는 바스키아

중앙일보

2025.12.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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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가 1982년 그린 '자니펌프의 소년과 개'. 한여름 뉴욕 거리의 물놀이 장면이다. 사진 바스키아 재단, 허쉬혼미술관
장 미셸 바스키아(1960~88), 스위스 화가 니콜라스 파티(45),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51). 이들을 한데 묶는 키워드는 그라피티다. 그라피티는 공공장소에 허가 없이 그림이나 글자 같은 흔적을 남기는 행위. 몰래 그리곤 재빨리 도망치며 때론 세상에 발언하는 젊은이들의 서브 컬처다. 1980년대에 거리 예술을 갤러리로 가져온 바스키아가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세상 모든 길거리를 무대로 날카로운 풍자를 뽐내는 뱅크시가 있다.
뱅크시가 2018년 패러디한 '뱅크스키아, 멈춰 수색하는 소년과 개'. 사진 허쉬혼미술관


‘바스키아×뱅크시’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허쉬혼 미술관 2024~26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허쉬혼 미술관과 조각 정원에서 ‘바스키아X뱅크시’ 2인전을 여는 까닭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 10월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미술관이 폐관 후 재개관하면서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로 연장됐다. 대표작은 바스키아의 ‘자니펌프의 소년과 개’(1982)와 이를 패러디한 뱅크시의 ‘뱅크스키아, 멈춰 수색하는 소년과 개’(2018)다. 자니펌프는 여름에 시민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개방된 소화전을 말하는 뉴욕 속어. 붉은 소화전에서 분사되는 물에 뜨거운 여름 대기가 부서질 듯 식는 풍경이 배경이다. 바스키아 특유의 해골로 묘사된 흑인 소년과 검은 개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 교통사고의 기억을 담은 바스키아의 초기작 '무제: 교통사고'(1980)가 전시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전시1관.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김종호 기자
뱅크시는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연 ‘바스키아: 붐 포 리얼(Boom for Real)’ 때 바스키아를 패러디한 벽화를 남겼다. 시원하게 물놀이하듯 팔을 치켜든 모습이 뱅크시 그림에선 항복하는 듯한 자세로 바뀌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나 흑인 예술가가 받는 대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뱅크시는 "벽에 낙서가 있으면 바로 지우는 곳인 바비칸에서 바스키아의 새 회고전이 열린다"고 꼬집었다.



‘바스키아X워홀: 연탄곡처럼 그리기’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2023년

파리 불로뉴 숲 북쪽에 자리 잡은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존재감을 뽐내는 이곳에 2023년 4~8월 66만 관객이 몰렸다. ‘바스키아X워홀, 연탄곡(4 hands)처럼 그리기’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워홀과 바스키아는 1984~86년 사이 160여점을 함께 그렸다. 워홀이 그리면, 바스키아는 그 위에 자기만의 상징과 단어를 덧그렸다. 전시엔 공동 서명한 캔버스 80점을 포함해 300점 이상의 작품과 관련 문서가 선보였다. 여기에 키스 해링, 제니 홀저, 케니 샤프 등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1980년대 뉴욕 미술계의 에너지가 21세기 파리로 옮겨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전시된 바스키아의 '에이원(A-One)의 초상, 일명 왕‘(오른쪽) 옆에 걸린 민화 최영 장군이 바스키아 그림 못지 않은 색감을 뽐낸다. 김종호 기자

다른 예술가와 함께, 혹은 미술 이외의 색다른 주제와 함께 바스키아는 계속해서 다시 읽히고 있다. 2022년 몬트리올 미술관은 ‘큰 소리로 보기(Seeing Loud): 바스키아와 음악’을 열었다. 뉴욕의 클럽에 자주 출몰하며 디제잉도 했던 바스키아는 짧은 생애에도 3000장의 음반을 모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제임스 브라운, 루 리드, 듀크 엘링턴, 마돈나, 데이비드 보위 등이다. ‘그레이’라는 이름의 밴드 활동도 했고, 블론디의 ‘Rapture’(1981) 뮤직비디오에 카메오 출연도 했다. 듣고 연주하던 바스키아의 열정이 그림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보는 전시다.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을 기획한 오스트리아 미술사가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 김성룡 기자
파리 루이뷔통 전시와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전시, 몬트리올 미술관 전시 뒤에는 한 사람의 기획자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미술사가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다. 그는 "바스키아는 미래에서 온 화가"라며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가가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건 오늘날에야 흔하지만, 바스키아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스키아의 드로잉과 마주보는 대형 탁본은 반구대 암각화(오른쪽).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외부 전시됐다. 김종호 기자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25~2026년

부흐하르트 박사는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DDP에서 열리는 바스키아 특별전 기획에도 참여했다. ‘기호와 상징’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바스키아 작품을 9개 나라에서 모았다. 그는 "한국의 반구대 암각화부터 오늘날의 이모지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언어의 관계를 바스키아의 작업에서 살펴봤다"며 "바스키아 작품과 선사시대 한국 미술을 연결해 예술가의 기호 언어와 보편적 언어의 관계를 탐색한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에선 그의 회화 및 드로잉 70여 점, 총 153페이지에 달하는 창작 노트 8권 전권,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영인본, 추사 김정희의 글씨,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등 한국의 작품 10여 점도 함께 소개하며 ‘뉴욕의 샤먼’ 바스키아를 새롭게 읽는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 중앙 플러스의 ’The Art 멤버십‘ 가입 링크로 이동한다. 바스키아 특별전을 최저가에 볼 수 있다. 가입자들께는 더 중앙 플러스 구독권과 함께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초대권을 드린다. 초대권은 전시 종료일인 내년 1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구독자들을 위한 권근영 기자의 특별 도슨트 ’나만의 바스키아-뮤지엄 나이트‘도 내년 1월 28일 저녁 열린다. 신청 링크는 1월 7일 오픈.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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