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부자산은 개별 부처나 공공기관이 마음대로 민간에 팔 수 없게 된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매각전문 심사기구를 거쳐야 하고, 300억원이 넘는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미리 보고도 해야 한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정부자산 매각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3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을 긴급 지시한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종합대책이다.
정부자산은 국가가 소유한 국유재산과 공공기관 자산을 뜻한다. 그간 여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국유재산을 헐값에 처분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말 기준 국유재산 규모는 부동산 701조원 등 1344조원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2022~2024년)의 연평균 국유부동산 매각 실적은 2조6000억원으로 문재인 정부(2017~2021년)보다 5000억원 많다. 공공기관 소유 자산 규모는 1152조원이다.
이재명 정부는 기존의 매각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해 정부자산 ‘헐값 매각’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부처의 운영지원과장이나 기관 이사회 등이 자체적으로 매각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각 부처(기관)별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전문 심사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여기서 해당 자산을 매각할지 말지, 가격은 적정한지 꼼꼼히 따진다.
매각 가격이 높을수록 허들이 많아진다. 50억원 이상 규모의 매각은 기존의 기재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국유심) 등 매각전문 심사기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300억원 이상 매각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에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국유재산에 한해 100억원 이상 매각은 국유심, 500억원 이상은 국회 사전보고를 하도록 했는데, 기준을 더 강화하고 공공기관 자산까지 대상을 넓힌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이후 매각된 300억원 이상 국가자산 건수는 51건(전체의 0.6%), 금액은 4조8304억원(39.6%) 규모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 자산운용에 필요한 상시적 매각 등 일부는 여전히 사전보고 예외 대상이다.
정부자산의 할인매각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지금까지는 경쟁입찰 시 2번 이상 유찰되면 감정평가액의 최대 절반까지 할인매각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불가피한 상황일 때만 사전에 국유심 의결 등을 거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물납 받은 연립주택처럼 관리비용이 더 들어서 할인매각이 나은 경우 등이다. 또 감정평가액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10억원 이상 고액 감정평가 시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필증을 발급받도록 할 예정이다.
‘졸속 민영화’ 논란도 방지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때 반드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결(사전동의)을 거치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공기업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을 2023년 유진기업에 3199억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매각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지금까지는 매각총액, 건수 등을 사후 공개하는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매각 결정 즉시 입찰정보를 웹사이트(온비드)에 올리도록 의무화한다. 매각 후에는 매각자산 소재지, 가격, 매각 사유 등도 공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자산은 단순한 재정 수입 수단이 아니라, 국가ㆍ지역 공동체, 미래세대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공재로 그 역할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정부자산의 단순한 관리를 넘어 전략적 신산업 지원, 사회적 경제 조직 지원, 공공주택 공급 등 적극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유재산의 가치를 높여 내년 상반기 설립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의 재원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속세 등으로) 물납 받은 주식은 단순하게 매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게 국부펀드 재원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단순 매각이 아니라, 필요하면 지분을 더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매각(M&A)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