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제조동. 수백 ㎞ 반경 적의 무기를 탐지하고 요격하는 한국군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에 탑재되는 다기능 레이다 안테나 유닛이 초당 1.5회씩 빠르게 회전하며 시험 운용을 하고 있었다. 이날 시험 중인 천궁의 레이다는 실제 군에서 활용하다 업그레이드를 위해 새로 문을 연 구미사업장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박혁 한화시스템 레이다센터장은 “수십 년을 개발한 레이다 기술에 더해 모든 공정을 신사업장 한곳으로 통합했다"며 "옛 모델의 분해·성능 향상·재조립과 시험까지 한 곳에서 가능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본격 운영을 시작한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은 ‘효율성과 특화’에 방점을 두고 새롭게 지어졌다. 1977년 삼성항공 방산사업 부문으로 시작해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시스템은 그간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일부를 빌려 사업장으로 써왔다. 용인에는 레이다연구소를 따로 뒀다. 하지만 신사업장 구축으로 이제 원스톱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구미사업장 구축을 위해 한화시스템은 약 2800억원을 투자했다. 건물 6동, 8만9000㎡(약 2만7000평) 규모다. 김용진 구미사업장장은 “글로벌 안보 수요 확대와 첨단 무기 체계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장 대비 규모는 2배 이상 커졌지만, 물류 체계 정비와 기능 집적으로 효율성을 높였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구미사업장에 5개로 나눠져 있던 제조공간은 신사업장에서는 1곳으로 모았다. 2만~3만 종에 이르는 부품은 자동화된 수직 창고 형태인 ‘오토스토어’로 관리한다. 창고는 1000평 규모에서 700평으로 슬림화했고, 관리 인원도 줄였다.
품질 정밀도를 높일 최첨단 특화 시설도 구비했다. 천궁-II의 레이다·K2전차의 조준경 등 K방산 제품의 눈과 두뇌 역할을 맡는 핵심 전자공학 제품을 한치의 오차없이 생산하기 위해서다. 구미사업장은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인 1500평 규모 클린룸을 갖췄다. 특히 500평 규모의 ‘무진동 청정실’은 일반 건물 진동 수준의 약 100분의 1 정도로 진동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높은 고도에서 줌을 당겨도 흔들림 없는 성능을 갖추기 위해 진동을 비롯한 이물질 등 오염의 영향을 극소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소형무장헬기·중고도무인기·KF-21용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 등을 생산한다.
한화시스템의 주요 생산·수출 품목인 함정 전투체계 역시 구미사업장에서 생산된다. 한국 해군 함정 90여 척에 공급한 전투체계를 개발한 해양연구소가 이곳에 있다. 이날 찾은 개발시험동 연구실에서는 향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 탑재될 전투체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시험 과정이 한창이었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KDDX 전투체계 및 다기능 레이다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KDDX는 상세설계·선도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누가 사업을 담당하든 한화시스템이 만든 전투체계가 탑재된다는 의미다.
K방산 기업의 굵직한 수출 소식은 핵심 부품 공급사인 한화시스템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3분기 기준 방산 4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91조원을 넘겨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로템은 K2전차 54대와 장갑차 등 지상장비 195대의 페루 수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정세진 한화시스템 커뮤니케이션실장은 “한화그룹뿐 아니라 K2전차, 군함,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한화시스템의 핵심 기술과 장비가 결국 K방산 성능을 결정짓는다”라며 “방산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