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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75년, 이젠 방산·원전 파트너로…한–튀르키예 대화

중앙일보

2025.12.15 02:37 2025.12.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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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6·25 전쟁 참전 75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주요 인사들이 방산과 원자력, 인공지능(AI), 인프라·투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전략 동반자 구상을 꺼내들었다.
튀르키예 참전 75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한ㆍ튀르키예 대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정책포럼 이사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무라트 예실타시 앙카라 사회과학대 교수 겸 정치경제사회연구재단(SETA) 외교정책연구국장, 카디르 위스튠 SETA 워싱턴DC 소장. 김종호 기자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과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정책포럼은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국제관에서 ‘75년의 형제애, 미래로 잇다’를 슬로건으로 ‘한-튀르키예 대화’를 공동 개최했다. 한국에선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정책포럼 이사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재열 삼성그룹 글로벌전략그룹 사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남성욱 숙명여대 국제관계학 석좌교수가 참석했다. 튀르키예 측에서는 부르하넷틴 두란 대통령실 통신국장·페르하트 피린치치 통신국 부국장·킬르츠 부그라 카낫 통신국 수석고문·무라트 예실타시 앙카라 사회과학대 교수 겸 정치경제사회연구재단(SETA) 외교정책연구국장·카디르 위스튠 SETA 워싱턴DC 소장, 에스라 도안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부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두 나라가 공약의 실질적 이행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김재열 사장은 “지난달 앙카라에서 열린 한·튀르키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정부의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말을 행동으로, 공약을 현실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란 국장은 “1950년 2만1000여 명의 튀르키예군이 파병돼 900여 명이 전사해 맺어진 혈맹은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한국의 지원으로 더욱 단단해졌다”며 “희생으로 맺어진 양국 관계는 이제 ‘형제국’을 넘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선 방산과 원자력이 핵심 협력 의제로 거론됐다. 예실타시 국장은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양국의 공통 과제가 됐다”며 “튀르키예 방위산업은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상호운용성과 실전 검증된무기 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봤다.

홍현익 전 원장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국방, 원전, 고속철도 등 실질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양국의 원전 및 에너지 분야 협력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교수는 구체적인 협력 모델로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한전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인프라 분야로 협력을 확장해야 한다”며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주요 무기체계의 공동 개발 및 생산, 그리고 원전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가치사슬 통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정책포럼 이사장이 15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한ㆍ튀르키예 대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1215

양국이 처한 지정학적 유사성을 들어 외교 공조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위스튠 소장은 ”한국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안보 환경에, 튀르키예 또한 지역 내 패권 경쟁 속에서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며 “양국이 유엔 등 다자 무대에서 중견국으로서 목소리를 모은다면 독자적인 전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기 이사장은 “참전이라는 역사적 유산에서 시작해 K팝 등 문화 교류, 그리고 정상 국빈 방문으로 이어진 양국 관계를 산업 협력으로 심화하고 제도화하자”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튀르키예 측의 대통령 직속 통신국은 대외 전략을 총괄한다. 또한 집권당의 싱크탱크 SETA는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을 정하는 데 영향력이 상당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들 조직에서 핵심 인사들이 왔다”며 “튀르키예가 그만큼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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