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안세영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 ‘현역 최강자’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기록과 흐름, 그리고 결과가 모두 안세영을 향하고 있다.
안세영은 15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갈라 어워즈에서 2025년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다.
여자 선수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며, 남녀를 통틀어도 린단(중국·2006~2008년)과 리총웨이(말레이시아·2009~2011년) 이후 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안세영은 이로써 여자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 3연패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수상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안세영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탈락에 그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반면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고, 천위페이와 왕즈이(이상 중국) 역시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았다.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 실패 역시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안세영의 시즌 전체 퍼포먼스는 모든 의문을 지워냈다. 안세영은 2025시즌에만 총 10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슈퍼 1000 대회인 말레이시아 오픈,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을 모두 제패했고, 슈퍼 750 대회에서도 인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까지 싹쓸이했다. 여기에 슈퍼 500 호주 오픈과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 우승까지 더하며 출전한 주요 대회를 사실상 독점했다.
특히 세계랭킹 1~15위 선수들의 의무 출전 대회 10개 중 8개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모두 정상에 섰다는 점은 압도적이다. 이는 단순한 우승 개수가 아니라, 투어 전체를 지배했다는 증거다. 안세영은 2023년 자신이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9회)도 스스로 경신했다.
성적은 숫자로도 완벽했다. 시즌 성적 68승 4패, 승률 94.4%. 단 한 번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상금 역시 76만3175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벌어들이며 투어 최정상급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
기록 경신은 아직 끝이 아니다. 안세영은 오는 17일부터 항저우에서 열리는 2025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일본의 레전드 모모타 겐토가 2019년에 세운 단일 시즌 11회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더불어 파이널 우승 상금 24만 달러를 추가하면, 남녀를 통틀어 단일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하는 최초의 단식 선수라는 새 역사도 쓸 수 있다.
조 편성은 쉽지 않다. 안세영은 첫 경기에서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를 상대하고, 이어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 미야자키 도모카, 그리고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와 차례로 맞붙는다.
하지만 안세영은 이미 2021년 이 대회를 제패하며 최연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선수다.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씻어낼 준비는 끝났다.
세계선수권 우승 실패라는 단 하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2025시즌 안세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배드민턴 여제’로 자리 잡았다. 린단과 리총웨이의 이름 옆에, 이제 안세영이라는 이름이 당당히 새겨지고 있다.